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파카 Aug 22. 2020

사일구 - 윤태호

자유를 위한 투쟁은 DNA를 통해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

윤태호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낸 만화 ‘사일구’는 419 혁명을 색다른 관점에서 표현한 작품이다.


투쟁의 현장에 목숨을 걸고 뛰어든 영웅의 관점이 아닌, ‘생존’을 위해 ‘회피’와 ‘외면’을 선택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의 내면을 표현한다.



주인공은 625 전쟁에 통에 부산으로 피란을 갔지만 소년병으로 차출되어 최전방에 총알받이로 끌려간다. 전투중에 총상을 입고 전쟁후 다리를 절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된다.

어머니와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형편속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당시 추앙받던 직업인 ‘교사’가 되기 위해 학업에 정진한다.


당시 사회에는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살아 남아야 했기 때문’에 두눈을 감고 귀를 막고 먹고 살아갈 날들을 위해 ‘외면’ 하기로 선택한다.


그러던중 자신의 남동생이 학생 신분으로 투쟁하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내고 때려가면서 막아서려고 하지만 동생은 ‘자유’를 저버린 채 ‘생존’만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형을 못마땅해 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불법 선거 사실이 일파만파 퍼지게 되자, 항쟁이 격해지고 계엄령이 선포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주인공은 동생에게 혹여라도 무슨일이 생길까 불안한 마음에 거리로 뛰쳐나가 동생을 찾아다닌다.


지식인, 학생, 시민들 누구나 할 것 없이 시위의 물결이 전국에 전파되고, 결국 독재정권의 권력을 탐하던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게 된다.


주인공은 젊은 시절의 자신을 회상하며, ‘생존’을 위해 ‘외면’을 선택해온 시간들을 후회한다. 거리에 서 있는 그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사경을 헤매는 순간에도 투쟁에 참여했던 친구들의 이름을 찾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몇해전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광화문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선적이 있다. 전세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외곽에 버스를 세워둔 채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토요일 오후 2시 임에도, 사람하나 탈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인파가 지하철로 이동하고 광장에 모여든 수십만이 외치는 목소리에 전율이 흘렀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무슨 용기로 서울까지 올라갔을까.. 생각해보면 ‘역사속에서 용기를 내주었던 시민들의 행동들의 모습을 보고 배운것 뿐이다’ 라고 답 할 수 밖에 없다. 315, 518, 6월항쟁 등 역사속의 어른들이 용기내어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서지 않았다면. 광화문 광장에 이순신 동상곁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을 설명하는 어떤 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이 원할때 국가의 최고 권력자를 바꿀 수 있는가?’ 에 대해 대답할 수 있을 때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라고 답할 수 있다고.


권력에 굴복하고 생존을 위해 ‘외면’을 선택했던 사람들이 있더라도 그들을 손가락질 하기보단, 내가 솔선수범하고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 증명해낼 수 있어야 민주주의는 발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녀 세대가 주인공이될 한국의 다음 시대는 지금보다 더 다양성과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원했던 ‘사람 사는 세상’이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절제의 기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