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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카 Oct 03. 2020

위로조차 할 수 없는 고통속에 있는 그녀의 일기

사기병을 읽고.

p. 100 - 다짐

내가 병을 극복한다면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이다.
힘없는 자를 도울 것이고
내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달려갈 것이다.
숨 쉬는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기고
꼭 극복할 것이다.


p. 220

- 8월의 일기
위암 4기란 말에 다들 연락을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예전의 나를 돌아봐도, 고마웠던 지인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곤 어려워서 메일 한 통 쓴 게 다였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유기농 먹거리라도 배달해 주고 답이 오든 말든 문자 메시지라도 자주 보낼 텐데...
수술 직후 너무 아플 때는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 와중에 평소 그리 친하다 생각하지 않았던 친구가 매주 유쾌한 문자 메시지와 전화로 연락을 해 줬다.

“언니, 이 고양이 사진 너무 귀엽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요!’
내가 답을 못 해도 꾸준히 보내 준다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오히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위암 4기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걱정은 될까? 눈물은 날까? 화가 날까? 그 어떤 상상을 해도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사기병이라는 제목이 처음에 이해가 안되서, 군의 병과에 사기병이라는 병과가 새로 생겼나? 전역한 군인이 만화를 그린 책인가? 라는 생각에 책을 지나치기만 하고 읽진 않았었다. 그러던 중 와이프가 이 책을 읽고 꼭 읽어봐야하는 묵직한 만화라며 추천해줬다.


4컷 만화로 짧은 문구와 그림들로 채워져 있어 휘리릭 읽게 되면 30분이면 읽을 것 같지만, 그 단순한 만화 그림과 문구들에 채워진 저자의 마음이 그 누구도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게 만든다.


항암치료가 그 어떤 고통을 상상해보더라도 가늠이 안되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상이 불가능한 고통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몇명이나 될까.


저자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무너져가는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투병일기를 만화로 그려낸다. 투병중이지 않으면, 10분이면 그려낼 수 있는 만화 한컷이 2시간이 걸리고 3시간이 걸린다. 감히 누구도 함부로 책장을 쉽사리 넘길 수 없는 책이다. 책을 통해 주변에 위로조차 조심스러운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의 인스타를 팔로우 하고 최근소식을 살펴보니, 항암치료를 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안좋아 졌다고 한다. 후.. 안타까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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