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 column
최근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15세 관람가 등급이 부적절하다는 관람객들의 의견이 다수 제기되며 다시 붉어지기 시작한 영상물 등급분류에 관한 이슈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개봉 영화에 대해 매기고 있는 영상물의 상영 등급은 사실상 기준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이 매우 모호하다. 이처럼 정확하지 않은 기준을 바탕으로 현제 대한민국은 전체, 12세, 15세, 청불 관람가 그리고 실직적으로는 자주 보기 힘든 제한상영가를 합쳐서 총 5개의 등급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5월 9일에 개봉한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상당히 고어한 외계인의 탄생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음은 물론 여러 장면에서 폭력성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음에도 15세 관람가 등급을 부여받았다.(더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다음영화'에서 제공하고 있는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스틸컷 중에는 성인인증을 통과해야만 볼 수 있는 스틸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2016년 가장 뜨거운 영화 중 한편이었던 <곡성>의 경우 앞선 사례에 비해 직접적인 표현은 덜 한 편이나, 역시 폭력성과 잔인함에 있어서 못지않은 수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15세 관람가를 부여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편 2014년 개봉, 웨스 앤더슨 감독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은 표현의 수위에 있어 강렬한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앞서 소개한 영화들에 비해 전체적인 수위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느껴지지 않음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면 영상물의 등급은 어떤 점에서 논란이 되는 것인가? 그저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넉넉한 평가를 한다면 어떨까? 첫 번째로 영상과 맞지 않는 등급이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낮은 나이의 관람가 등급이 관람객의 숫자를 획기적이고 합법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은 영화는 15세 관람가를 부여받은 영화에 비해 무려 4년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층에 존재하는 관객들을 놓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급사와 투자사가 물밑에서 영화의 상영등급을 원하는 나이로 맞추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안간힘을 쓸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다. 한편 논란의 두 번째 이유는 아무리 세상이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해도 예상치 못하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학생들에 대한 우려다.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매우 강력하게 자극하는 콘텐츠인 동시에 깊고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필자가 쓴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리뷰에 16살의 학생이 영화를 관람한 후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에) 충격을 받았다는 댓글을 남겼다. 아무리 학생들이 예전보다 빠르게 콘텐츠에 노출되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자아의 형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그 정도에 있어 절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국가는 관객들의 선택의 자유와 별도로 표현의 수위가 높은 영상들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최소한의 수준에서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