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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l 15. 2017

내사랑, 시골 오두막처럼 따수운 감동

column review

Intro

진실된 감동이 있는 이야기는 포장하지 않아도 그 풍미가 충분히 느껴진다. 늘어지는 화면과 격정적인 배경음이 없이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동, <내사랑>은 그런 감동을 선사한다.


샐리 호킨스, 이것이 연기다

풍부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영국 배우, 샐리 호킨스는 이미 전작들에서 수준 높은 연기를 선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내사랑>에서 그녀가 연기한 모드 루이스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조금은 모자란 듯한 행동거지에 걸을 때마다 절뚝거리는 걸음을 연기한 샐리 호킨스는 관객들로 하여금 연기란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실제 캐나다의 유명 화가인 모드 루이스를 연기하기 위해 몇 달 동안 그림 수업을 들었다는 그녀의 붓질은 영화에 디테일을 더하고, 깊게 빠져드는 눈빛은 로맨스 영화가 가져야 할 단 하나의 필수 요소를 만족시킨다. 영화가 시작할 즈음에는 뛰어나게 아름답지도 않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이는 그녀가 어색하다가도 스크린에 마지막으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낼 때 즈음에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른다.

샐리 호킨스


에단 호크, 가치를 증명하는 연기

비포 시리즈부터 최근 <매기스 플랜>까지 에단 호크의 로맨스 연기에 이의를 제기할 관객은 많지 않다. 그는 이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듯 이번 <내사랑>에서 무뚝뚝하지만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캐나다의 시골남자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전작들과는 조금 다르게 시종일관 상남자의 향기를 풍기는 에단 호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자신이 로맨스 영화에 그토록 어울리는 이유를 몸소 증명한다. 표현에 서툴고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어색한 남자, 에버렛 루이스를 연기한 에단 호크는 샐리 호킨스와 그야말로 환상적인 연기 궁합을 선보이며 관객들이 영화에 깊숙이 빠져들도록 인도한다.

에단 호크


따수운 사랑 이야기

<내사랑>은 조용하고 묵묵하게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돌아보게 만든다. 가볍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서로 오해하고 힘들고 시작이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결국은 서로를 위해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랑. 누군가의 스펙이나 조건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관계가 보여주는 울림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답고 찬란하다. 영화는 스펙타클한 고저를 겪지도, 리듬감 있는 서사를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오직 메시지만으로 관객들의 집중력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115분이 지나가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스크린에서 사라질 때 관객들의 가슴은 따수웁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눈에서는 가볍게 터져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누르듯이 올라오는 눈물이 맺힌다.

따수움


로맨스 전기영화의 모범

모드 루이스의 전기영화이기도 한 <내사랑>은 로맨스 장르가 결합된 전기영화의 모범을 보여준다. 실화라는 소스를 영화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놀랍도록 깊게 배어있는 영화는 모드 루이스의 삶을 펼쳐놓는 동시에 그녀의 삶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메시지 또한 고스란히 전달한다. 결론적으로 관객들은 지구 반대편에 살았던 한 화가의 일생을 통해 따수운 감동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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