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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r 20. 2016

엔딩 크레딧에 머물다

mini column

영화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엔딩 크레딧이 시작되면 영화관을 나온다. 엔딩 크레딧은 지루하다. 아니 일반적으로는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누군가 엔딩 크레딧을 보자고 하면 같이 갔던 사람들은 그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볼지 모른다. '왜?'


엔딩 크레딧을 보자고?

혹시 영화 한편이 만들어질 때 몇 명 정도의 스텝이 동원되는지 아시는 분? 조금 더 나가서 그 스탭들의 대부분이 어떤 대우와 급여를 받는지 아시는 분은 계시는지 모르겠다. 보통 '대작'이라고 불리는 영화 한편에 동원되는 인원은 대체로 100명 정도 급여 및 대우는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수준 이하,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아래의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 스탭의 80%라고 보면 아마도 맞다. 이런 문제는 여러 가지에서 기인하겠지만 영화라는 예술작품의 완성도가 배우와 감독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렇다고 해도 한편의 영화에서 나오는 수익의 배분이 기형적으로 소수에게 몰려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만큼 일을 안 하느냐 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어느 업계나 그렇듯 소수의 장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탭들은 몸이 상하도록 일을 한다. 그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영화 제작에 참여한 모두와 동일한 대접을 받는 공간, 그곳이 바로 엔딩 크레딧이다.


함께함으로써 격려하다

누군가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따끔한 조언이나 백 마디 말보다도 단지 같이 있어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관객 한 명 한 명이 영화계의 현실을 지적하거나 뜯어고치거나 시위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편의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 불이 켜졌을 때 단지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길면 4분 짧으면 2분 정도, 단지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지켜보며 내가 감상한 영화에 대해 곱씹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그들이 누군지 몰라도 좋다. 내가 누군지 그들이 몰라도 좋다. 그들이 열심히 만들었고 나는 재미있게 보았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이름을 한 번쯤 보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우리가 갤러리나 전시회에 갔을 때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한 번쯤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staytogether

영화라는 컨텐츠는 참 매력적이다. 수십수백 명이 힘을 합쳐서 만들고 수십수백 명이 동시에 한자리에서 작품을 관람한다. 어떤 예술작품보다 사이클이 빠르고 반응도 즉각적이다. 특히 한국의 영화산업은 시장규모에 비해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국민 일인당 영화 관람편수는 4.25회 이상으로 전 세계 1위 수준, 영화시장규모는 수년 내로 세계 3위권으로 접어든다. 이런 급격한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업계 내면은 아직도 과도기다. 더 질 좋은 한국영화를 더 많이,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면 컨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의 반응이 중요한 것을 물론이다. 모든 관객들이 조금씩 더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즐겨 나간다면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는 밝다.


#stay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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