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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Feb 17. 2018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사랑은 형태가 없다

column review

Intro

모든 주제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랑, 수없이 다뤄지는 사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둘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미쳤거나 사랑에 빠졌거나.


기예르모 델 토로

헬보이 시리즈와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로 고어 하면서도 매혹적인 자신만의 세계관을 수차례 선보였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것은 물론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두 말할 것 없이 그의 최대 강점은 몽환적이면서 공포스러운 특유의 연출인데, 이런 연출은 괴이한 생물과의 로맨스를 다루는 이번 영화에서 훌륭한 케미스트리를 뿜어내며 관객들에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19세이상관람가를 받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주제에 걸맞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고어 한 연출은 심하지 않으나, 그의 스타일을 선호하는 관객이 아니라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매력이 100%로 느껴지지는 않을 수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


샐리 호킨스

1976년 생의 이 영국 여배우는 작년에 이어 계속해서 나를 놀라게 한다. <내 사랑>에서 이미 발군의 연기를 선보였던 샐리 호킨스는 이번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도 언어장애를 가진 청소부, 엘라이자를 완벽하게 연기해낸다. 영화의 특성상 파격적인 노출연기는 물론 폭넓고 다채로운 감정연기 또한 요구되는 역할을 부여받은 샐리 호킨스는 영화의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자연스러우면서도 리듬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톤 앤 매너 전체를 장악한다. 캐릭터의 특징으로 인해 대부분의 연기를 수화와 행동, 눈빛으로 처리하는 샐리 호킨스는 관객들을 다그치듯 설득하지 않고 부드럽게 리드하는 품격 또한 보여준다.

샐리 호킨스


미술과 음악

이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음악상을 수상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서사와 영상에 원래 포함된 듯 자연스러운 음악으로 관객들의 귀를 압도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놀라운 부분은 영화 속 화면을 가득 채우는 미술 작업인데, 기이하면서도 매력적이고, 현실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판타지틱한 영화의 모든 소품과 배경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세계관을 완성하며 관객들이 영화를 감상하는 123분 동안 완전히 다른 세계를 모험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런 음악팀과 미술팀의 완벽에 가까운 작업은 영화의 서사와 배우들의 연기에까지 사실감을 부여하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장르를 초월한 한편의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미술과 음악


점성이 부족한 서사

연출, 연기, 음악, 미술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완벽에 가까운 영화로 만들었다면 점성이 부족한 서사는 이번 영화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생각된다. 처음부터 전형적인 로맨스물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변주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좋게 말하면 장르를 초월한 것이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못하고 방향성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기예르모 델 토로는 이런 부분들을 자신만의 스타일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영리하게 덮어버린다. 그럼에도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를 엮어주는 끈적함이나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강하지 않아 조금은 허술한 기승전결을 소유하며 아쉬움을 남긴다.

아쉬운 서사


사랑은 형태가 없다

결론적으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역량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 영화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신선하고 아름다우며 샐리 호킨스를 필두로 한 대부분의 조연들도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랑에 대한, 그리고 소외받는 모두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의 방식은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유의미한 울림을 전달한다. 한편 호불호가 존재하는 감독의 스타일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도 여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나, 물처럼 형태가 없는 사랑을 자신만의 스타일이라는 물컵에 담아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능력은 분명히 매력적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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