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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Oct 20. 2018

푸르게 빛나는 진주, 시얼샤 로넌

people column

Intro

시얼샤 로넌을 처음 만난 영화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었다. 당시에는 비현실적으로 파란 눈과 백옥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의 외모에 눈길을 빼앗겼지만 지금 나에게 시얼샤 로넌은 이름만으로도 영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배우 중 한 명이 되었다.


성공적인 연기 경력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3살부터 아일랜드에 살았던 시얼샤 로넌은 어려서부터 드라마와 영화에 조금씩 얼굴을 비치며 배우로서의 길을 준비했다. 이후 2007년 조 라이트 감독의 <어톤먼트>에서 브라이오니 역으로 출중한 연기력을 선보여 평단의 극찬을 받은 로넌은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12살의 어린 나이에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시상식 여우조연상에 나란히 최연소 노미네이트 되며 화려하게 헐리웃에 입성했다. 이후 피터 잭슨의 <러블리 본즈>, <어톤먼트>에서 함께했던 조 라이트 감독의 <한나>라는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되고,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등 쉴 새 없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시얼샤 로넌은 2016년 아일랜드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브루클린>에서 영혼을 담아낸 듯 깊이 있고 감동적인 연기로 이번에는 주연으로서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시상식의 문을 두드렸으나 <룸>의 브리 라슨에게 밀려 아쉬움을 삼킨 지도 잠시, 2018년 그레타 거윅과 함께한 <레이드 버드>로 결국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25살의 젊은 나이에 성공적인 연기 경력을 갖춘 여배우로 우뚝 섰다.

레이디 버드


아일랜드에서 브루클린까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배우로서 상당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음에도 시얼샤 로넌은 놀랍도록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배우다. 물론 시리도록 차가운 눈동자 색과 창백하다고 느껴질 만큼 맑은 피부의 외모 덕분에 경력 초반의 필모그래피가 다소 날카로운 배역들로 점철되긴 했지만 시얼샤 로넌은 그런 역할마저도 자신의 눈동자처럼 맑고 푸르게 물들이는 능력을 소유했다. 한편 다양한 인종이 넘쳐나는 미국답게 헐리웃 또한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 남배우들은 적지 않지만 시얼샤 로넌만큼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아일랜드 출신의 여배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그녀의 특별한 매력은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이런 시얼샤 로넌의 태생적 배경 덕분에 그녀가 태어난 지역의 이름이 제목인 것은 물론 이야기의 주 무대가 아일랜드라는 설정부터 그녀의 자전적 경험과 맞닿아 있는 영화, <브루클린>은 시얼샤 로넌에게도 관객에게도 어쩌면 <레이디 버드>보다 더 중요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브루클린


부지런하고 침착한 성장

이처럼 연기 경력도, 매력도 풍성한 시얼샤 로넌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만한 인지도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시얼샤 로넌이 선택해온 영화들이 나름의 강점이 명확함에도 북미에서도 국내에서도 상업적으로 크게 흥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어톤먼트>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난 후 시얼샤 로넌이 선택해온 영화들을 보면 그녀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대신 시얼샤 로넌은 피터 잭슨, 피터 위어, 웨스 앤더슨 등 자신만의 색채가 뚜렷한 거장들과 함께 작업하며 부지런히 성장했다. 북미 토크쇼에 출연해 ‘저는 데이트를 안 해요’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그녀는 헐리웃에서 흔하디 흔한 스캔들 한 번 없이 침착하지만 강렬하게 연기만으로 승부하고 있어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어톤먼트


푸르게 빛나는 진주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들을 보노라면 마치 자신만의 색깔로 빛나는 보석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개가 몸속에 있는 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진주는 수많은 보석 중에서 유일하게 땅이 아닌 바다에서 생산되는 보석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자신의 연기력을 가다듬고 성장하는 동시에 맑은 바다 같은 매력을 선보이는 시얼샤 로넌은 편안함과 우아함을 갖춘 헐리웃의 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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