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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Oct 31. 2018

영화 자막은 투명해야 한다

mini column

Intro

과한 의역이나 오역이 섞인 영화 자막에 대한 논란은 과거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2018년은 유독 오역 논란이 심각했던 한 해였다. 외국어로 이루어진 시나리오를 한국어로 옮기는 일, 단순히 생각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은 자막 번역이 이렇게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영화, 다른 해석

이번 해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오역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어머니..'였다는 것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어 보인다. 'mother fu..'으로 들리는 대사, 즉 북미에서 쓰이는 속어를 '어머니..'로 번역한 이 사건은 국내에서 무려 1,100만 명이 관람한 영화의 자막이었기에 수많은 관객들의 빈축을 샀다. 뿐만 아니라 해당 영화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속편을 암시하는 중요한 대사까지 상황에 맞지 않게 번역해 원작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해석의 자막이라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었다. 영화는 분명히 영상이 중요한 콘텐츠이지만 이처럼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최근 개봉하는 히어로물들은 대부분이 단독 작품으로 끝나지 않고 앞선 작품들은 물론 추후에 개봉할 영화들과도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제작되어 자막의 난이도와 중요성이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번역가가 영화의 배경과 엮여있는 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나리오의 방향성과 대사의 의미를 온전히 전달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관객들은 영화가 제작된 국가와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강제 효자


번역가의 브랜드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번역을 잘 하는 영화번역가가 브랜드화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데드풀>시리즈와 <스파이더맨: 홈커밍>등을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는 영화의 전반적인 톤 앤 매너를 잘 살리는 것은 물론 신선한 번역으로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반면 누가 봐도 오역인 것이 뻔한 자막인데도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하거나 나 몰라라 하는 몇몇 번역가들은 관객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하지만 영화 번역업계는 인맥으로 굴러간다는 사실이 알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겨지기에 지금까지 그래 왔듯 이들의 불편한 작업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특히 영화의 개봉일을 맞추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분량의 외국어를 번역하는 작업에 어쩌면 오역은 당연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100% 온전한 자막이 아닌 영화와 영화 속 대사를 대하는 번역가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황석희 번역가


투명한 영화 자막

혹자가 말하길 번역가는 '투명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라는 콘텐츠에 있어서 번역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좋은 영화 자막은 투명한 영화 자막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의 의도, 대사의 의미가 맑은 강물에 투영되듯 온전하게 관객에게 전달되는 자막이 정말 좋은 자막이 아닐까. 나 또한 선호하는 번역가가 있고 이 업을 가지신 분들을 존경하지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번역가의 이름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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