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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an 15. 2019

보헤미안 랩소디의 발자취

special column

Intro

2018년 연말, 대한민국 길거리와 카페는 온통 퀸의 노래로 물들었다. 평소에 영화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무슨 영문인지 몰랐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달력의 장이 아닌 권이 바뀐 지금도 여전히 보헤미안 랩소디는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다.


9,785,645

2019년 1월 14일 기준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는 국내에서 978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났다. 이 기록은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21위에 해당하는 기록인 동시에 외화만을 따졌을 때 6위에 해당하는 순위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따져보았을 때 <보헤미안 랩소디>는 1,000만 관객이 넘지 않은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들을 만난 외화이자 장르적으로 음악, 혹은 전기영화로서는 최다 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는 외화이기도 하다. 세계로 나가보자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영국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관람한 나라는 한국까지 단 3개국뿐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보헤미안 랩소디>는 10월 31일 개봉 후 12주째 박스오피스 10위권을 유지하며 최종 목표인 1,0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다.

5위는 <겨울왕국>


약점은 곧 강점

퀸은 분명히 세계적인 그룹이다. 그리고 수많은 히트곡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내에서 978만이란 관객수가 나왔다고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얼마 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며 완성도를 인정받기는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보헤미안 랩소디>가 전기영화로서 완벽하지 않으며, 클라이막스와 주연진의 연기를 제외하면 영화적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는 평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약점은 곧 강점이 되었다. 관객들은 전문가들이 아쉽다고 말한 110분이 아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 마지막 20분에 열광했다. 그리고 아쉬운 서사가 아닌 실제 멤버들과 판박이처럼 닮은 배우들에게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얘기할 거리를 확실히 제공하며 입소문이라는 불길의 훌륭한 불쏘시개가 되었다.

판박이


싱어롱의 열기

<보헤미안 랩소디>이전에도 일종의 이벤트 상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큼 이벤트성 상영관의 역할이 압도적이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를 자유롭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한 '싱어롱'관은 영화 개봉 후 2, 3주 차부터 슬슬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더니 탬버린, 기차놀이 등 영화관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진풍경을 연출하며 급기야 유명 가수의 콘서트 티켓 예매를 방불케 하는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특히 관객들의 호응이 뜨겁기로 유명한 서울의 몇몇 관들은 애칭까지 생기는가 하면 퀸이 활동하던 시절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20대들의 뜨거운 참여를 일으키며 관객 동원의 첨병 역할을 담당했다.

에~오


<보헤미안 랩소디>의 발자취

이렇듯 <보헤미안 랩소디>는 단순히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뿐만 아니라 마케팅적으로도, 영화 관람의 방식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겼다. 영화가 확실한 약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조금만 시선을 비틀면 그것이 곧 강점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영화의 성격에 따라서는 일반적인 영화 관람이 아닌 독특한 방식의 영화 관람이 관객들의 뜨거운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어쩌면 <보헤미안 랩소디>가 남긴 진짜 발자취는 정말 좋은 노래는 시간과 세대를 초월할 수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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