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Apr 04. 2019

샤잠!, 할 말 많은 욕심쟁이

fresh review

Intro

나는 개인적으로 할 말 맣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2시간 남짓 한 시간에 수많은 메시지를 담으려면 엄청난 수준의 연출과 서사의 흐름이 합을 이뤄도 관객들의 정신이 혼미해지기 마련이다.


<샤잠!>은 일단 할 말이 너무 많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주인공의 성장부터 시작해서 가족애는 물론이고 히어로의 자격도 모자라 우정까지 건드린다. 감독은 아마도 메시지 종합 선물 세트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지만 내가 볼 땐 그저 투 머치 토커로 보인다. 샤잠이 원작에서 어떤 캐릭터였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에서 보여지는 샤잠은 132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쓰고서도 이런저런 에피소드로 엮인 어설픈 히어로 캐릭터 그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안 그래도 어린이와 어른을 오가는 캐릭터라 정신없는 와중에 굳이 이 많은 메시지를 한 편의 영화에 다 욱여넣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투머치


그렇다고 <샤잠!>의 컨셉이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샤잠이 15세의 학생이 성인 히어로가 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기에 웃긴 컨셉이 배경에 깔려있기는 하지만 웃음이 아주 크게 터지는 지점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피식하는 웃음이 나오는 정도다. 한편 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만큼이나 비중이 큰 빌런은 개연성도 충분치 않고 카리스마나 능력도 변변치 않아 안 그래도 영화 극후반까지 이렇다 할 능력 발휘가 없는 샤잠과 함께 영화의 템포만 늘어뜨릴 뿐 매력적인 부분이 없다. 마지막으로 원작에서 슈퍼맨에 버금가는 강력한 능력을 지닌 샤잠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한 액션장면 하나 없어 그나마 히어로물을 보는 클래식한 재미도 찾을 수 없었다.

욕심


결과적으로 <샤잠!>은 설정이 독특한 히어로물이라는 태생적 강점만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을 뿐 영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재미는 거의 없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메시지는 너무 많아 무엇 하나  충분히 와닿지 않고, 웃음도 액션도 조금씩 끼워 넣기는 했지만 욕심만 많았을 뿐 재미는 없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아니나 다를까 <샤잠!>은 나에게 'DC는 아직 멀었다.'라는 생각만 더 견고히 만들어준 히어로 영화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상, 다 함께 길을 잃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