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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주제일수록 낭비하면 안 된다.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당연하다고 생각될 만큼 관람을 고민하는 주제라면 응당 그에 맞는 완성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한 번쯤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를 주제로 만든 영화라면 그 어떤 영화보다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시리즈물로서의 미덕도, 단독작품으로서의 완성도도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전작들이 보여주었던 장점들은 발전한 부분 없이 유지되는데 급급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역대 최대 해상전이라고 자찬하고 있는 액션 장면들의 CG는 헛웃음이 나올 만큼 퀄리티가 엉성한 부분이 존재하는가 하면 전작의 장면을 거의 재활용하는 수준의 장면까지 보인다. 그나마 몇몇 마음에 드는 구간을 제외하면 이렇게 게으른가 싶을 만큼 액션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시리즈 전체 이순신 들을 상대 비교해 본다면 이번 작의 이순신이 가장 1차원적인 존재였던 것 같다. 문제는 극의 중심인 이순신이 평면적일뿐더러 그 주변의 인물과 적들 또한 이렇다 할 캐릭터성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캐릭터는 엄금진하게 대사를 내뱉을 뿐 다채로운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해상전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전작들의 해상전에 비해 스케일과 길이도 소폭 커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더 크고 오래 보여주면 더 재미있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지루함만 늘었다고 느꼈다. 한 번의 전투를 위해 초중반을 모두 쏟아붓는 영화의 기승전결 구조도 전작과 판박이인데, 보여주는 해상전의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그저 목표지로 가기 위한 과정을 늘려놨다는 느낌만 든다. 마지막으로 2편부터 강하게 존재감을 보이던 다큐멘터리적이고 드라마적인 연출 문법은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극에 달하는데, 호흡은 왜 그리 길고 편집은 왜 그리 오그라드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아버린다.
결론적으로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이라는 국가적 영웅의 마지막을 빌미로 관객들을 현혹하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과연 이 주제로 이런 완성도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던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차라리 신파라도 제대로 넣어서 눈물이라도 짜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결말부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장군님이 나라를 지켜주신 덕분에 우리가 364억이나 써서 이런 영화도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게 위로라면 위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