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줄 소설] 대중

by 새내기권선생

프로듀서 정아가 걸그룹 '에코'를 데뷔시켰을 때, SNS에는 천재 프로듀서가 등장했다는 글들이 넘쳐났다. 정아가 만든 독특한 콘셉트와 음악이 화제가 되었고, 포털 사이트에는 그녀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일 년 뒤, 정아와 소속사 '오션 엔터' 사이에 계약 해석을 두고 의견 차이가 생겼다는 기사가 떴다. 정아는 SNS에 "제가 만든 음악이 누구의 것인지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팬들은 정아를 응원하는 해시태그를 만들었다.

몇 주 뒤, 정아가 에코 멤버들과 사적으로 식사를 하며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론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정아가 미성년 멤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몇 달 뒤 정아가 오션을 떠난다는 기사가 나오자, 댓글창에는 "결국 혼자 나가네", "애들은 어떻게 하려고", "책임감 없다" 같은 말들이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아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에코를 재데뷔시킨다는 뉴스가 떴다. 에코의 데뷔곡이 차트 일 위에 오르자, 포털 사이트에는 정아의 인터뷰 기사가 쏟아졌고, 댓글에는 "역시 정아가 진짜였다", "오션이 정아를 못 알아본 거지" 같은 말들이 가득했다. 몇 달 전 정아를 비난했던 계정들이 이제는 정아의 성공을 축하하고 있었고, 그 댓글들 아래로는 수백 개의 좋아요가 달려 있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정아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언제 입장을 바꿨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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