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해수욕장 개장일이 7월 1일이었기 때문이었는데, 6월 말부터 들뜬 마음으로 튜브와 옷가지를 준비해두곤 했다.7월이 되자마자 우리는커다란 튜브 두 개를 가지고, 샌들을 신은채 동네 빵집과 편의점을 지나 쫄래쫄래바닷가로 향했다.바다의 짠내가 진동했고, 더운 날씨의 반짝이는 물결은빨리 뛰어들도록 유혹했다.
갯벌의여러 구멍들 사이로 게들이 왔다 갔다 다녔다. 가끔은 모종삽을 가져가 구멍을 파 보기도 했다. 파도 파도 구멍이 나와운 좋게 잡는 날도 있었지만, 못 잡는 날이 더 많았다.넓은 갯벌을 지나 바다로 뛰어들었다. 마음의 모든 짐을 벗어던진 채, 바다로 뛰어들곤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단지 '추억' 이라고만 말하기에는 그때의 기억이 너무 아깝다.
중학교쯤이었을까. 분수가 생긴다고 했다.'낙조 분수'라는 이름이었는데, 기네스에 등재된다나 뭐래나.텅 빈 바닷가에 뭔가 생긴다니, 신기했다.암것도없던 어촌 마을이 드디어 삐까번쩍해지나 싶었다.한 편으로는 여기에 누가 보러 올까 싶었다.그치만 어른들은 전부 좋아했다. 드디어 발전이 된다고.
고등학교 때쯤이었나. 어떤 해변공원이 생긴단다. 둘레길이 생기고,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다고도 했다.꽤 오래 공사를 했는데, 작고 큰 바위를 어찌나 나르던지. 내가 알던 다대포가 맞나 싶었다.낯설었다.
지하철 공사도 꽤 오랫동안 진행되었는데, 매일매일의통학 시간은 지옥 같았다.
대학생이 되고. 여름 방학이 되었다. 오랜만에 친구들한테 다대포를 가자고 했다.광안리, 해운대만큼은 좋지는 않아도, 일렁이는 파도를 보면 좋을 거라고 했다.약 1시간 정도 새로 생긴 지하철을 타고, 1호선 종착역인 '다대포 해수욕장'에 내렸다.
힘을 잔뜩 준 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로 가면 갯벌이 있다. 꽤 많이 걸어야지 바다가 나와."
"작은 건물들이 꽤 매력적이야!"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낙조 분수를 기다리는 듯했다.원래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불안한 마음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동네 빵집과 편의점은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가 되어 있었다. 갯벌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알고 보니 많은 조경수와 벤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