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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Mar 01. 2023

다대포를 보내지 못하고

"우리 오늘 바다 갈래?" 7월 만을 기다렸다.


집 앞 해수욕장 개장일이 7월 1일이었기 때문는데, 6월 말부터 들뜬 마음으로 튜브와 옷가지를 준비해두곤 했다. 7월이 되자마자 우리는 커다란 튜브 두 개를 가지고, 샌들을 신은채 동네 빵집과 편의점을 지나 쫄래쫄래 닷가로 향했다. 바다의 짠내가 진동했고, 더운 날씨의 반짝이는 물결은 빨리 뛰어들도록 유혹했다.


 여러 구멍들 사이로 게들이 왔다 갔다 다녔다. 가끔은 모종삽을 가져가 구멍을 파 보기도 했다. 파도 파도 구멍이  운 좋게 잡는 날도 있었지만, 못 잡는 날이 더 많았다. 넓은 갯벌을 지나 바다로 뛰어들었다. 마음의 모든 짐을 벗어던진 채, 바다로 뛰어들곤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기분은  형언할 수 없다. 단지 '추억' 이라고만 말하기에는 그때의 기억이 너무 아깝다.


중학교쯤이었을까. 분수가 생긴다고 했다.'낙조 분수'라는 이름이었는데, 기네스에 등된다나 뭐래나. 텅 빈 바닷가에 뭔가 생긴다니, 신기했다. 것도 없던 어촌 마을이 드디어 삐까번쩍해지나 싶었다.  한 편으로는 여기에 누가 보러 올까 싶었다. 그치만 어른들은 전부 좋아했다. 드디어 발전이 된다고.


고등학교 때쯤이었나. 어떤 해변 공원이 생긴단다. 둘레길이 생기고,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다고도 했다. 오래 공사를 했는데, 작고 큰 바위를 어찌나 나르던지. 내가 알던 다대포가 맞나 싶었다. 낯설었다.


지하철 공사도 꽤 오랫동안 진행되었는데, 매일매일의 학 시간은 지옥 같았다.


대학생이 되고. 여름 방학이 되었다. 오랜만에 친구들한테 다대포를 가자고 했다. 광안리, 해운대만큼은 좋지는 않아도, 일렁이는 파도를 보면 좋을 거라고 했다. 약 1시간 정도 새로 생긴 지하철을 타고, 1호선 종착역인 '다대포 해수욕장'에 내렸다.


힘을 잔뜩 준 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로 가면 갯벌이 있다. 꽤 많이 걸어야지 바다가 나와."


"작은 건물들이 꽤 매력적이야!"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낙조 분수를 기다리는 듯했다. 원래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불안한 마음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동네 빵집과 편의점은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가 되 있었다. 갯벌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알고 보니 많은 조경수와 벤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낙조 분수가 시작된단다.


자리에 멍하니 앉아 나의 다대포해수욕장만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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