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자랑이랍시고 떠드는지
제목 그대로 나는 사람들의 단점을 예리하게 발견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자랑처럼 보인다면 오해이며 자기반성의 글임을 미리 밝힌다. 이런 내 모습이 대체적으로 싫지만 가끔은 좋을 때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 찔리는 바이다.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이 있다면 앞 뒤 안 가리고 끝까지 제대로 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의 타깃이 된 사람은 기분 나쁘지 않고서는 절대 못 배기는 그런 작자가 바로 나다. 물론 아무에게나 그러는 건 아니고, 나의 바운더리 밖에 있는 사람이나 한번 내 마음에 깊은 스크래치를 주었거나 앞으로 절대 이 사람과는 개선의 여지도 없고 희망도 없어 관계를 지속하는 건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타깃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마치 데스노트처럼.
인정하고 싶지 않지 않은 건 최소한의 양심으로 최대한의 비겁한 방식을 무한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절대 겉으로는 의도하지 않은 척 퍽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이 메인 파워가 되어 돌려깐다는 사실. 아마 그래서 상대방도 이럴 바엔 차라리 쌍욕을 듣는 편이 낫다고 여길지 모른다.
일단 한번 공격하기로 마음먹으면 상대의 속내를 이미 멘틀까지 다 파악했다 해도 천연덕스럽게 물음표 살인마로 일관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어떤 생각이 들지 그다음 대답으로는 무엇이 나올지조차 몇 수나 앞서 보고 허를 찌르는 이 하등 못돼 쳐 먹은 능력은 어쩌다 이렇게 발달한 걸까. ‘너 지금 내 공격을 받고 있는 거야’라는 뻔한 수는 (설령 눈치는 챌지언정 절대 의도하지 않았다며 두 손 두 발을 들며 모르쇠에 최선을 다한다) 노출되지 않도록 한없이 순진무구한 척 까대는 게 포인트인데 거의 저격계의 엘리자베스 하먼(미드 퀸스 갬빗의 주인공)이 따로 없다. 체스의 세계에서 무적의 여왕이 된 그녀처럼 짓밞음에 대한 집착의 세계에서는 나를 이길 이가 또 있을까 싶다.
대놓고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 이게 나름의 전략이라면 전략. 걱정을 가장한 포장으로 묘하게 기분을 망치고 싶고 자꾸만 되뇌게 만들어 스스로 그렇게 믿게끔 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저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일명 가스라이팅일지도.
총싸움 게임처럼 헤드샷으로 단방에 날려버리는 건 우아하지 못하다. 적어도 공격을 일삼고자 한다면 말이다. 질겅질겅 씹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썩지 않게 아주 오래(영화 제목 차용) 정말 그 말만은 듣기 싫었던 말들만 고르고 골라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미주알고주알 읊어주기 위함이다.
상대로 하여금 내가 하는 말마다 불편함이 마음속 깊이 긴 시간 머물도록 마음을 전하지만 이건 순전히 진실된 걱정의 마음이므로 (이런 나를 원치 않는다면 네가 나쁜 사람이 되어 결국 손에 피를 묻히는 수밖에 없단다 조롱하듯) 오히려 나에게 악감정을 품는 본인을 부정하도록,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도록, 나를 영영 미워할 수는 없도록 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아무개에 대한 나의 증오와 미움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결코 한치의 포기 없이 공격의 끝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렇게 적고 보니 나 같은 사람을 어디서 만날까 무서울 지경이다. 가끔은 나를 무섭도록 닮은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비슷한 사람끼리는 서로를 알아본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오히려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확실히 선을 긋고 바로 손절 모드로 들어간다. 누가 시작했건 결론은 네버엔딩 게임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한데 되려 나는 무진장 겁이 많기 때문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싶지 않아서인데(물론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당해본 기억은 없다, 말했듯이 나는 저격계의 베스 하먼이기에) 나를 건들면 이렇게 된다는 걸 평생 몸에 품고 사는 스콜피온의 치명적 독이나 장미의 날카로운 가시 같은 무기라고 해야 하나.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쳐 내 앞에 놓인 건 가시밭길뿐인 곳으로 외로이 가는 나를 멈춰 세우고 이제부터라도 다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오로지 나만이 꿰뚫어 버릴 수 있는 방패를 오롯이 나만 찌를 수 있는 창과 칼로 사정없이 공격한다. 누구보다 명확하고 정확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저격하고 그 누구도 아닌 나를 두 눈으로 똑바로 직시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