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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Jan 23. 2022

제대로 느끼고 있나요?

커피 한 모금에서 배우는 일상



오래된 벗들과 미루고 미뤄온 여행을 했다.

아침식사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카페에 들렸다.


이왕 여행 온 김에

가장 비싼 스페셜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언제 다시 마셔보냐며 말이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순간,

커피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형님 벗이 한마디 한다.



커피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어?


무슨 소리를 하시나 했다.

처음엔,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비싼 커피의 맛을 알겠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비아냥인가 했다.

여하튼, 우리는 가장 비싼 커피를 주문하고,

10여분을 기다려 커피를 한 모금 맛보게 되었다.





커피의 향도 맡아보고,

혀의 촉각을 곤두세워 보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비싸다는 커피의 정체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커피 값은 명소가 갖는

이름값인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잠깐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커피 맛도 잊은 채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밤의 추억, 그리고

지난밤에 다 나누지 못한 추억까지 소환하며 말이다.


그러다 문득,

다시 커피 맛에 나의 감각이 머물렀다.

내가 처음 마셨던 커피의 맛이 아닌 것이다.

상큼한 향 코를 감돌고,

신선한 맛이 입안을 적셨다.

입안에 커피를 가두고, 음미하는 동안

나의 생각은 그 맛과 향에 집중했다.

이제야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가

가장 비싼 커피었다는 자본주의적 감상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나누던 대화를 끊고,

다시 말을 꺼내었다.


형님, 커피 맛이 달라졌네요.


형님 벗은 지그시 웃으며 말했다.



커피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겠지만,
우리가 만났던 커피는 그 맛과 향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마시는 사람이 준비가 되어야 비로소, 그 맛과 향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지난밤, 각자가 쌓아 둔 감정과 흥에 취한 터라

육체적인 피로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형님 벗도 그러한 상황임을 알고 있기에

커피가 갖고 있는 진정한 멋, 향, 맛을

마시는 이가 알지 못할 것임을 예상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참의 대화를 통해

몸도 녹고, 심신의 안정이 더해지며

나의 감각이 비로소 돌아왔을 때,

그 커피와 제대로 만남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는 제 가치를 하지 못하는

사물과 현상을 탓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때로는, 사물을, 상대를,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판단하고, 행동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좋은 환경과 사람들 속에 살면서도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며 자신만의 아집과 집착 속에

때로는 피로감 속에

내가 만나는 환경과 사람들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나 자신이 온전한 상태일 때,

비로소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과의

온전한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

온전한 만남 속에, 우리는 서로의 가치를 발휘하게 되고,

새로운 에너지가 발산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온전함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제대로 느끼고 있나요?

제대로 느낄 준비가 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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