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 봉투 대신 팁이 오가는 미국식 풍경
미국에서 살면서 늘 곤란한 질문이 하나 있다.
이 사람에게 팁을 줘야 하나? 얼마나 줘야 하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든,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든, 밖에서 뭘 하든 일단 사람이 해주는 일이면 기본적으로 다 팁을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토종 한국인의 시각에선, 이미 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비용을 지불했는데 도대체 왜 팁을 더 줘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팁이라는 미국 문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
결혼하면서 우리가 고용했던 벤더는 아래와 같다.
포토그래퍼
헤어 & 메이크업
꽃집 (도매시장)
DJ
베뉴 코디네이터 / 레스토랑 스태프
우리는 스몰웨딩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벤더들이 많다 보니, 이들 모두에게 팁을 줘야 하는지, 또 얼마를 줘야 하는지 고민스러웠다. 특히 비용이 크면 클수록 팁을 얼마나 더 줘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팁은 보통 전체 금액의 15-20%를 주는 관례가 있기에, 예를 들어 웨딩 스냅이 $3,000이라고 한다면 팁으로만 $600을 주기엔 너무 비용이 크게 나오는 것이다.
포토그래퍼
웨딩 스냅에 관한 얘기가 나와 먼저 얘기를 하자면, 우리도 팁을 줬다.
온라인에서 서치를 해보니, 웨딩 포토그래퍼들은 보통 팁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지 않는 작가라면 포토그래퍼 (혹은 비디오그래퍼) 수에 맞게 팁을 고려해 보라고 제안했다. 금액은 계약된 금액에서 5-15% 사이 혹은 포토그래퍼 당 $50-$200 정도면 된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는 '포토그래퍼에게는 팁을 주지 않는다'가 대세였지만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모두가 팁을 지불했다'라고 했다. 미국인 포토그래퍼를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보통은 (사진뿐만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미국인들보다는 한인들을 통한 서비스가 훨씬 좋고, 금액도 낮은 편이다.
어쨌든 우리 결혼식에는 메인 작가 한 명, 어시스턴트 작가 한 명 해서 두 명이 왔고, 각 $100씩 드렸다.
헤어 & 메이크업
원래 미용실을 가서 머리를 자를 때도 팁을 낸다. 그러니 인생에서 더 중요한 웨딩이니 어련하겠나. 헤어 &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들은 당연히 팁 받을 것을 예상한다. 전체 금액의 15-25% 정도면 적당할 것 같고, 너무 마음에 든다면 더 주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Engagement Photo 찍을 때와 결혼식 당일 두 번 다 같은 곳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았기에, 두 번다 15-25% 사이에서 팁을 줬다.
꽃집 (도매시장)
우리는 플로리스트를 쓰지 않았고, 대신 다운타운 LA의 Flower District, 즉 도매시장에서 꽃을 오더 했다. 원하는 모양의 신부 부케, 신랑 부토니에, 센터피스, 아치 꽃 사진을 보여주면 업체 측에서 그와 비슷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웨딩 베뉴가 꽤 멀었기에, 딜리버리 비용으로 $100을 따로 지불했다.
플로리스트를 쓰면 훨씬 더 전문적이고 예뻤겠지만, 사실 꽃 비용이 굉장히 비싼 편이다. 온라인을 찾아보니, 플로리스트는 보통 팁을 예상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꽃이 마음에 든다면 팁을 주는 것도 좋다고 되어 있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팁을 주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대신 딜리버리를 온 사람들에게는 따로 팁을 준다고... (미국은 웃긴 게 음식을 배달시켜도 배달비도 내고 딜리버리 하는 사람에게 팁을 또 준다.)
그에 비해 도매시장은 금액이 훨씬 저렴했고, 딜리버리까지 해주는 거니 따로 팁을 챙겨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 그들이 배달을 왔을 당시 우리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끝나고 와서 보니 이미 설치를 마치고 가버린 상태라 꽃이 정말 마음에 들었었지만 팁을 주지는 못(?) 했다.
DJ
미국에서는 결혼식에 DJ를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는 웨딩 베뉴가 야외인 데다 레스토랑이라 따로 스피커나 마이크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리셉션에서 음악을 틀어주고, 진행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기에, 정말 막판에 DJ를 고용하게 된 케이스였다.
온라인에 찾아보니 선택 사항이라고는 하는데 팁을 주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DJ가 혼자 오는 경우도 있지만, 테크니션이나 다른 사람들이 함께 올 수 있으니 그전에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팁을 주려면 모든 스태프에게 다 줘야 하기 때문. 보통 $50-$150 사이면 된다고 한다.
우리도 팁을 주려고 따로 빼뒀었는데, 리셉션이 끝날 때쯤 정신이 없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와중에도 DJ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즉, 팁을 기대한다는 말이다.)
베뉴 코디네이터 / 레스토랑 스태프
우리가 쓴 베뉴 코디네이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웨딩 플래너와는 다른 말이다. 해당 베뉴에서 이벤트나 결혼식 등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웨딩 플래너는 그야말로 결혼 준비 기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플랜 하며 집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쓰지 않았지만, 웨딩플래너 팁 문화를 살펴보니 보통은 팁을 예상하고 있고 대부분 준다고 한다. 역시 총비용의 15-20%를 주거나, 고생한 웨딩 플래너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편지와 함께 선물을 주기도 한다고...
우리는 베뉴 코디네이터가 이미 여기저기 실수를 너무 많이 한 상태여서, 오히려 돈을 환불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미 베뉴 코디네이터를 고용할 때 비용을 지급했고,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따로 팁을 주지 않았다. 대신 레스토랑 직원들에게는 따로 팁을 챙겨줬다. 이 스태프들이 전부 음식을 서빙해 주고, 하객들이 필요한 것 있으면 이들이 맡아해 줬기 때문.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나의 보스는 테이블에 서버를 위한 팁을 따로 놔두고 갔었다고 한다. 우리가 팁을 따로 챙겨줬는데 왜 그랬냐고 했더니
보통 다들 그렇게 해. 일반 레스토랑 가도 서버들에게 다 팁을 주는 것처럼... :-)
결론적으로는, 뭐 거의 다 준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사실 또 일생에 한 번뿐인 웨딩이다 보니 좀 더 잘해달라는 의미로 혹은 고마움의 의미로 평소보다 더 너그럽게 팁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나도 사람인지라, 어떤 벤더들은 내가 돈만 많았다면 더 많이 챙겨주고픈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형식적으로 주긴 주지만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얼마를 줘야 할지 참 결정하기 곤란한 적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정말 이 팁 문화는 없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