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결혼했어요!
우리의 마지막 보루는 '레스토랑'이었다. 한국에서는 '레스토랑에서 결혼식을 한다'라고 하면 이상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레스토랑 단체석에서 결혼식을 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미국에는 각종 이벤트나 스몰 웨딩을 위해 공간을 빌려주는 레스토랑들이 많다. 물론, 신랑 신부의 눈에 들려면 레스토랑들이 꽤 예뻐야 한다. 인테리어가 독특하거나, 공간이 넓어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거나, 아주 고급스럽거나 등등 사람들을 끌 수 있는 특별함이 필요하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내 눈에 걸린 보물 같은 이곳은 한 마디로 '숲 속에 파묻혀있는 곳'이었다.
Inn of the Seventh Ray
우선 예약을 하고 투어를 위해 Inn of the Seventh Ray에 가던 첫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꼬불 꼬불 산 길을 한 참을 들어가야 했다. 사진을 보고는 그저 산 속이겠거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안으로 들어갈 줄은 몰랐다. 우리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직감했다.
여기가 우리가 결혼하게 될 곳이구나!
레스토랑에서 결혼을 하게 될 경우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케이터링 걱정 없고, 테이블이나 의자, 식기 등 소소한 준비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레스토랑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은 원래 이미 갖춰진 자재와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라 별도의 서비스 혹은 시설 이용료를 청구하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공간이 협소할 수 있고, 레스토랑 전체를 대관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손님들이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우리는 스몰 웨딩이었기에 적은 공간을 활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또 레스토랑에서 세리머니 동안에는 다른 손님들을 아예 받지 않았고, 리셉션 동안에는 우리 공간을 아예 분리했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전반적으로 너무 만족하고, 비용도 합리적이었던 데다 우리 눈에 이곳만큼 예쁜 웨딩 베뉴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가 완벽한 건 아니었다. 특히, 이곳에서 웨딩을 하려면 무조건 이곳과 계약되어 있는 '베뉴 코디네이터'를 추가 비용을 내고 써야 했다. 하지만 서비스가 너무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메일로 질문을 하나 하면 답변을 받기까지 독촉하고, 전화하기를 수차례. 마침내 온 답변에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뿐이라, 그녀는 나에게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였다.
심지어 결혼식 당일에는 웰컴 테이블과 세리머니 아치를 잘못된 장소에 설치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세리머니 장소를 바꿔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nn of the Seventh Ray를 고집했던 건, 숲 속의 동화 같은 고유의 분위기와 산속의 낭만적인 웨딩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
특히나, 입구에서 찍는 '시그니처 사진'은 내가 이곳에 마음을 빼앗긴 결정적인 이유였다.
레스토랑이 웨딩 베뉴로 좋은 또 하나의 이유! 결혼기념일이든 특별한 날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언제든 이곳에 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 우리가 부부가 된 그 공간을 다시 찾아 그날의 감정을 고스란히 떠올리고 추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