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하면서 배우게 된 '이곳'의 방식들
얄팍한 지식으로 시작한 결혼 준비. 그랬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사소한 미국 결혼식 문화나 전통을 설명해 줘야 했던 남편은,
여자들이 이런 걸 더 잘 아는데, 진짜 이거 몰랐어? 이거 UNIVERSAL이야!
라고 외쳤고, 나는 "Universal은 무슨... 한국에선 이런 거 없거든?!"이라고 맞받아치기 바빴다.
Maid of Honor & Bridesmaids
Bridesmaids, 즉 들러리는 신부를 도와주는 친한 친구들이고, Maid of Honor는 들러리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신부를 위한 Bachelorette Party, Bridal Shower 등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웨딩 당일에 이들은 파스텔컬러의 화려한 드레스를 똑같이 맞춰 입어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존재들이다. 전통적으로는 나쁜 악마의 기운이 신부를 찾지 못하도록 혼동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Best Man & Groomsmen
Best Man 하면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 Friends에서 챈들러의 결혼식에 Best Man 역할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Ross와 Joy가 눈치 싸움을 하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전통적으로는 전쟁이 많았던 역사에서 결혼식 날 신랑과 신부를 보호하기 위해 Groomsmen을 두고, 그들의 리더이며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사람을 Best Man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현대의 결혼식에서 Best Man은 신랑의 가장 친한 친구나 가족이 맡고, 웨딩 리셉션에서 스피치와 건배사를 한다.
또 Bachelor Party를 포함해 신랑 쪽의 각종 이벤트와 준비를 맡는다.
친구들이 기획한 Bachelor Party에 나가기 전 남편은,
보통 Bachelorette Party와 Bachelor Party는 같은 날에 해. 그리고 그날만큼은 싱글로서 즐기는 마지막 파티인 만큼,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마음껏 놀아.
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고, 다음 날 점심때 나타났다... 쩝...
그래... 재밌었으면 됐어... 근데... 나 잠은 좀 못 잤다? 그래도 들어올 줄 알고...
우리는 스몰 웨딩이어서 따로 Maid of Honor, Bridesmaids, Best Man, Groomsmen을 두지 않았고, 웨딩 당일에 친한 소수의 친구들에게 이것저것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부케 던질 때, 첫 번째는 시늉만, 두 번째가 진짜!
남편: 부케 던질 때, 처음엔 가짜로 던지는 척만 하는 거야.
나: 왜?
남편:... 원래 그래...
부케 던지기의 룰은 한국에서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신부의 싱글 친구들이 전부 앞으로 나와 대기하고 신부는 어깨너머로 부케를 던진다. 행운을 뜻하는 신부의 부케를 받은 사람이 다음번 결혼을 하게 된다는 것.
다만 결혼 준비 과정에서 남편은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첫 번째 부케를 던질 때는 던지는 시늉만 하고, 두 번째는 진짜로 던진다는 것! 그런데 던지기 직전, 나의 포토그래퍼도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신부님, 첫 번째는 그냥 던지는 시늉만 하시는 거예요!
나의 첫 번째 가짜 토스에 속아 넘어간 친구들은 그걸 잡겠느라고 뛰어왔고, 덕분에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이건 아마도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아무리 찾아봐도, '첫 번째는 가짜로 던진다'는 룰은 찾을 수 없었지만,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여자만 던지냐? 남자도 던진다! Garter Toss!
결혼식에서 남자가 던지는 것도 있다. Garter는 신부의 허벅지쯤에 차는 밴드인데, 여성의 Virginity를 상징한다. 미션은 신랑이 신부의 드레스 안으로 들어가 허벅지에 차고 있는 밴드를 벗겨 게스트들을 향해 던지는 것이다. 이때 이 Garter를 잡은 사람이 다음번 결혼을 하게 된다는 썰!
Garter 역시 부케와 마찬가지로 "행운"을 의미하기 때문.
Clink Clink Clink! 와인잔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신랑 신부 키스 타임!
남편: 내가 미리 알려줄게. 이 와인잔을 두드리는 소리 -clink clink clink-가 나면 우리 보고 키스하라는 거야.
나: 왜?
남편:... 원래 그래...
실제로, 우리 웨딩에서 남편의 친구가 와인잔을 "clink clink clink" 하고 두드렸는데, 나는 정말 깜빡하고 멍 때리다가 남편만 입을 쭈욱 내미는 상황이 발생했다.
남편: 내가 미리 말해줬잖아!
나: 헉!! 진짜네...
이건 여러 가지 썰이 있다. 옛날 옛적 항상 적들이 쳐들어오는 상황을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혹시 적들이 그들의 와인이나 드링크에 독을 넣어뒀을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최자가 먼저 한 모금 마셔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서로 잔을 세게 부딪혀(clink) 술이 섞이게 하며, '나는 너를 해칠 의도가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 소리는 악령을 쫓는 의미까지 더해져 오랫동안 축하의 순간에 빠지지 않는 의식이 되었고, 현대의 결혼식에서는 신랑 신부에게 키스를 요청하는 신호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웨딩 케이크의 맨 꼭대기 층은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위해 남겨두세요!
남편이 설명해 준 또 다른 웨딩 전통 중 하나는 웨딩 케이크의 꼭대기 층은 먹지 않고 남겨둔다는 것이다. 하나의 또 다른 작은 케이크가 되는 이 꼭대기 층은 얼려뒀다가, 첫 번째 결혼기념일에 같이 먹는다고 한다.
근데 1년 동안 냉동했다가 먹어도 되는 건가? 배탈 나는 거 아냐??
Cake Topper는 뭐지?
결혼 전 우리 시누이는 예쁜 레고 Cake Topper를 선물해 주었다. 이걸 케이크 위에 얹으라고 해서 '이게 뭐지?' 했는데, 미국에서는 Cake Topper를 장식용으로 많이 쓴다고 한다.
그 유래를 찾아보니, 옛날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이 자신들의 미니어처 조각을 웨딩 케이크에 꽂은 것이 시작이었다. 미국에서도 케이크 토퍼가 Togetherness, '함께'를 의미한다고 해, 1950년대부터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참 다양하고 많았지만, 대표적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 웨딩 전통과 문화 몇 가지만 소개했다. 문화 차이는 모르면 처음에는 헤매지만,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그 유래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한 발짝 한 발짝 이곳의 문화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커버 이미지: Unsplash의 Al El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