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해변가, 호텔/리조트, 여행지, 에어비앤비, 시청/법원
나의 로망은 야외결혼식을 하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는 해변이나 숲 속에서 누가 봐도 신랑과 신부가 주인공인 아주 특별한 결혼식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30분 만에 끝나는 예식. 신랑과 신부를 축하해 준 뒤, 사진을 찍고, 점심 한 끼를 예식장에서 먹고 오는, 아주 보통의 결혼식.
그 현실은 나의 로망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반 웨딩홀에서 하는 결혼식이 가장 좋은,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옵션이라는 것은 잘 안다. 호텔 결혼식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고, 비도 자주 내리는 한국에서, 야외 결혼식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곳은 미국, 그것도 날씨가 좋기로 유명한 LA. 그랬기에 나의 로망을 어느 정도 실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옵션이 너무 많았기에, 웨딩 베뉴 선정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Banquet Hall (연회장)
Banquet Hall (연회장)은 한국의 웨딩홀 느낌이다. 보통 여러 개의 홀이 있어 하객 수에 맞는 홀을 선택한다. 보통 인하우스 케이터링과 키친이 갖추어져 있어 있어 별도의 벤더를 찾아보지 않아도 되지만, 일부 연회장은 신랑 신부가 원할 경우 외부 벤더를 허용하기도 한다.
단, 보통 50, 100명 등 최소 인원을 요구하는 곳이 꽤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객 수가 2-30명으로, 스몰 웨딩보다는 Tiny Wedding, 초 스몰 웨딩에 가까웠기에, 바로 패스!
호텔, 리조트
미국에도 한국처럼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결혼식을 많이 올린다. 예식을 하고, 하객을 받고, 식사 대접을 하기 위한 모든 시설이 다 갖춰져 있는 데다 고급스럽기까지 하니 비싸긴 하지만 여전히 좋은 옵션 중 하나다.
미국은 타주에서 오는 하객들도 많다. 그런 하객들을 디스카운트된 가격으로 같은 호텔에 묵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거나, 신랑 신부에게 결혼식 당일 밤 하루를 제공해 주는 곳들도 있다. 우리는 초 스몰 웨딩이었으므로 인원, 비용 때문에 또 바로 패스!
해변가 결혼식
LA의 야외 결혼식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해변가. 상상만 해도 참 로맨틱하고, 평화롭고, 예쁘지 않은가?
하지만 대충 떠올려보기만 해도 신랑 신부 둘이서 하기엔 꽤나 꼼꼼한 계획과 많은 사전 시뮬레이션이 필요할 듯했다. 일단 정부 기관에서 식을 올리기 위해 허가부터 받아야 하고, 케이터링, 의자, 테이블, 아치, 그 외 장식, 리셉션 등등 모든 걸 하나하나 꾸미고, 챙기고, 계획해야 한다. 만약 해변가 결혼식을 정말 하고 싶다면 웨딩 플래너를 쓰는 게 좋을 듯하다.
그래도 정말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큼 로맨틱한 결혼식이 되겠지?
Destination Wedding
우리가 초반에 가장 관심 있었던 건 Destination Wedding이었다. Destination Wedding은 말 그대로 여행을 가서 결혼식을 올리는 거다. 여기서 궁금한 점! 그럼 게스트들의 항공비나 호텔, 체류비 등은 신랑 신부가 내야하나?
마침 친구의 결혼식으로 그리스에 가봤었다는 나의 보스. 궁금했던 점을 바로 물어봤더니, 이런 비용들은 게스트들이 부담한다고 한다. 대신, 앞에 언급했던 대로 만약 호텔에서 식을 올린다면 숙박비를 할인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기도 한다고...
에어비앤비 결혼식
우리는 사실 처음에 차로 3-4시간 거리에 있는, 아주 멀지 않은 곳으로 여행 가서 결혼식을 진행하는 상상을 했다. 그냥 대충 마당 있는 큰 하우스를 하나 빌리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세리머니와 리셉션 후 원하는 사람들은 하룻밤 묵고 가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 웨딩 베뉴가 3-4시간 떨어져 있는데, 그 근처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나?
- 아냐... 미국인 헤어 메이크업은 방식이 너무 달라서 우리랑 잘 안 어울려... 한인타운에서 받고 가야겠다.
- 리셉션은 밤까지 이어지는데, 화장이 지워질까? 그냥 출장비를 주고 웨딩 베뉴에서 받는 게 나을까?
- 케이터링은 벤더를 고용을 하면 되지만, 하객들이 음식을 먹을 공간이 충분할까?
- 다들 자고 간다고 그러면 방이 모자랄 것 같은데 어떡하지?
- 하루 더 예약을 해서 미리 방 크기가 어떤지, 음식을 어디에 둘지, 어디서 먹을지 다 보는 게 나을까?
정말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에어비앤비 웨딩 경험자들은 하루 전 날부터 하우스를 빌려 각종 장식과 준비를 마치고, 헤어와 메이크업은 출장으로 부른다고 했다. 또 당일 하루, 식을 도와줄 웨딩 코디네이터나 전체 플랜을 맡은 웨딩 플래너가 큰 역할을 해주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때 또 알게 된 건, 웨딩 코디네이터의 존재. 웨딩플래너는 결혼의 첫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인데, 웨딩 코디네이터는 당일만 시간당 얼마의 비용을 내고 이벤트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것도 뭐 어찌어찌 열심히 알아보고 '그래, 해보자!' 했는데 막상 에어비앤비 예약부터가 쉽지 않았다. 에어비앤비가 몇 년 전, 파티 후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게스트들 때문에, 인원 16명 이상부터 렌털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다만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VRBO라는 플랫폼은 가능했는데, 리스팅 된 하우스 수가 많지 않았다.
또 경험자들에 의하면, 간혹 집주인이 이유 없이 당일 캔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결혼식을 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미리 얘기하고 허락을 구하라는 조언들이 있었다. 물론, 허락하지 않는 집주인들도 있다.
눈물을 머금고 결국 포기.
시청/법원
시청에서 하는 결혼식은 우리 같은 초 스몰 웨딩에 가장 적합했다. 게다가 예식을 위한 비용도 몇십 불밖에 되지 않아,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옵션이었던 것. 우리는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웨딩 스냅을 찍으면서 예식을 올린 후, LA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친한 지인들만 초청해 리셉션을 하려고 했었다.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시청이 너무 고급스럽고 예뻤다. 웨딩 스냅들이 다 어찌나 예쁘던지 넋을 놓고 봤었다.
단점이라면, 뻥 뚫린 공간에 주례와 신랑 신부, 아주 소수의 하객들이 한쪽 공간에서 서서 세리머니를 하는데 옆에는 다른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이 들어오는 걸 막을 순 없기에...
결과적으로는 이미 예약이 많이 찬 상태였고, 원하던 날짜가 맞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그 외에도 개인 집 앞/뒷마당, 뮤지엄, 레스토랑, 골프장 등 정말 다양하다.
이 많은 선택지 중, 우리의 결혼식장은 어디였을까?
*커버 이미지: Photo by Álvaro Cv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