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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agement Photo가 뭐야?

한국과는 다른 웨딩 촬영 문화

by Fresh off the Bae
Engagement Photo는 어떻게 할 거야?


엥? Engagement, 약혼은 이미 했는데 무슨 사진을 또 찍어?


알고 보니, Engagement Photo는 한국의 웨딩 촬영을 말하는 거였다. 하지만, 한국의 웨딩 촬영과 정확히 똑같은 개념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일명 스드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를 통해 여러 업체와의 계약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그리고 계약된 스튜디오에서 의상과 소품을 빌리고, 메이크업을 받아 웨딩 촬영을 진행한다.


하지만 미국엔 이런 패키지가 없다. 따라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신랑, 신부가 알아보고 벤더들과 일일이 계약해야 한다. 내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각 벤더를 찾는 게 아니었다. 벤더야 사실 몇 군데를 찾아보고 금액을 비교해 결정하면 된다. 문제는 그다지 패션 센스가 없는 내가 각종 의상부터 소품, 액세서리를 매치해 나에게 어울리는 나만의 웨딩을 완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남편의 부탁.


한국인들이 하는 그 웨딩 촬영은 안 하고 싶어. 뭔가 너무 부자연스러워.


내 눈에는 마치 남녀 연예인처럼 너무 멋지고 예뻐 보였던 그 스튜디오 촬영이 남편에게는 굉장히 어색해 보인다는 것이다.


엥? 그럼 미국에선 웨딩 촬영을 어떻게 해?




미국의 Engagement Photo는 한국의 웨딩 촬영과는 콘셉트부터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조명부터 각종 드레스, 실내 세트장까지 완벽히 준비된 스튜디오 촬영이 일반적인데 반해, 미국의 Engagement Photo는 야외 촬영 위주이다.


공원이나 해변, 도시 등을 배경으로 자연광을 활용하고, 인위적인 포즈보다는 자연스럽고 캐주얼한 분위기가 강조된다. 의상도 가벼운 드레스나 커플이 매칭되는 일상복, 개성이 중심이 되는 옷을 입는다. 물론, 의상뿐 아니라, 스타일링, 꽃, 각종 소품, 메이크업까지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Photo by Asdrubal luna on Unsplash
Photo by Andres Molina on Unsplash


언급했다시피, 난 그다지 패션에 관심도 없고, 센스도 없는 편이다. 그런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내 맘대로 결혼식을 준비하자니 헤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자면,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소품 중 하나가 면사포였다. 사진 촬영용 저렴한 미니 드레스를 하나 구매했는데, 그것도 또 흰색 드레스라고 면사포가 없으니 뭔가가 허전한 느낌인 거다. 그런데 무슨 면사포 종류가 그리 많은지... 짧은 면사포, 긴 면사포, 레이스가 있는 면사포, 비즈와 리본이 달린 면사포 등 디자인도 너무 다양했다.


결국 내 선택은? 내 맘대로 웨딩인 만큼, 나는 면사포 원단으로 만든 리본 집게핀을 꽂았다.


의외로 Engagement Photo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은 부케였다. 처음엔 '무슨 웨딩 촬영을 위해 부케를 준비해?' 라고 생각했는데, 손재주 좋은 시누이가 전날 밤 예쁘게 만들어 꾸역꾸역 우리 손에 쥐여준 그 꽃이 사진을 살린 거다.




미국에서 웨딩 촬영이라고 한다면, 하이라이트는 사실 결혼식 당일에 찍는 사진이다.


한국에서는 스튜디오 촬영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반해, 결혼식 당일에는 간단한 스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에서는 결혼식 당일 사진이 거의 메인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Getting Ready (준비 과정), First Look (첫 만남 장면), Ceremony (예식), Portraits (커플 & 가족사진), Cocktail Hour (칵테일 아워), Reception (피로연) 등으로 구성되고, 예식 전부터 간혹 10시간까지 거의 모든 순간을 포착한다. 이 부분도 한국과는 다른 개념이라 추후 좀 더 자세하게 다뤄보려고 한다.


Photo by Andres Molina on Unsplash




미국의 결혼식은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라는 성향이 강해서, 신랑 신부에게 자율성이 많이 주어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해온 ‘정답 같은 방식’을 따라가는게 익숙했던 내게는, 그런 자유로움이 오히려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끝내고 나니, 오히려 그 '내 맘대로'였기에 사소한 소품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면사포만 봐도, 그때의 당황했던 감정이 떠오르고, 며칠을 남편과 머리를 싸매며 고심했던 의상은 지금 봐도 만족스럽다.


수십 년을 한국식으로 살아온 한국여자가 뒤늦게 미국식을 따르자니 쉽진 않지만, 그놈의 미국식... 참... 매력 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Camden & Hailey Georg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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