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특별했던, 미국식 결혼식의 두 번째 막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다운타운 LA의 기차역인 Union Station 한편에서 열리는 결혼식을 우연히 보게 됐다.
와... 이게 미국 결혼식인가? 신기하다!
하나같이 각양각색의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두 서서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나는 토종 중의 토종 한국인 티를 폴폴 풍기던 때라, 미국 결혼식에 대한 문화 충격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내가 우연히 목격했던 그 장면은 결혼식의 2부라고 할 수 있는 리셉션 도중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미국에서의 리셉션은 한마디로 '댄스, 댄스, 그리고 댄스'. 여기에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더해진다. 우리의 결혼식 역시 게스트 대부분이 친구들이었기에, 같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벤트가 무엇일지 많은 고민을 했다.
Grand Entrance
앞서 언급했지만, 미국 웨딩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웨딩=파티=댄스"라는 점이다.
한국에서의 댄스라 함은 자고로 K팝 스타처럼 짜인 안무를 멋지게 추는 사람들이나 추는 게 아니던가. 그래서 누가 춤추라고 하면 "나는 춤 못 춰!"라고 빼지만, 미국에서의 댄스는 누구나 흥에 겨워 자연스럽게 몸을 흔드는 느낌이다.
결혼식에서의 댄스도 갓 결혼한 신랑 신부를 축하하고 기쁨과 행복을 표현하는 한 방법인 것이다.
Grand Entrance는 세리머니 후 잠시 퇴장했던 신랑 신부가 재입장하면서 웨딩 파티, 리셉션이 시작됨을 알리는 순간이다. 퇴장했던 신랑 신부는 리셉션 드레스로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그 사이 하객들은 칵테일 아워 Cocktail Hour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이후 웨딩 DJ는 퇴장했던 커플을 이제는 '막 결혼한 신혼부부'로 정식 소개하고, 부부는 손을 잡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들어온다. 간혹 Bridemaids와 Groomsmen, 혹은 가족들도 같이 입장하기도 한다. Bridemaids, Groomsmen 소개는 여기서!
https://brunch.co.kr/@freshoffthebae/47
우리도 Grand Entrance를 위해 결혼식 전날 밤 급조한 안무 계획을 DJ에게 전달했지만, 손발이 맞지 않아 음악 순서가 꼬이는 바람에 막춤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Wedding Trivia 트리비아 / 퀴즈! 신랑 신부에 대해 누가 제일 잘 아나?
우리 게스트들은 한국인이 대부분이어서 춤을 많이 추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때문에 그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을 해보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첫 번째는 누가 신랑 신부에 대해 제일 잘 아는지 알아보는 게임이었다.
예를 들어 신랑 신부의 생일 알아맞히기, 몇 월달에 신랑이 신부에게 프러포즈를 했는지, 이들의 첫 데이트 장소 등의 질문을 하고 정답을 맞힌 사람에게는 선물을 주는 것이다. 물론, 가장 많은 정답을 맞힌 게스트들에게는 더 큰 선물이 나간다.
슈(Shoe) 게임 / 신발 게임
최근 웨딩 리셉션에서 많이 보이는 게임이다. 웨딩 트리비아와 비슷하지만, 질문을 받는 쪽이 이번에는 신랑과 신부이다. 신랑과 신부는 상대방이 어떠한 대답을 할지 모르는 상태로 서로 등을 지고 앉는다. 그리고 각자 신발 한쪽을 벗어 상대방에게 주고, 나머지 한쪽 신발은 본인이 들고 있는다.
DJ가 질문을 하기 시작하고, 답이 신랑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신랑의 신발을, 신부라고 생각되면 신부의 신발을 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먼저 꼬셨어?"라는 질문에 신랑은 신부를, 신부는 신랑을 꼽는다면 하객들은 뭣도 모르고 상대방을 찍은 이들을 보면서 한바탕 웃게 되는 것이다.
First Dance 퍼스트 댄스
퍼스트 댄스는 아마도 미국에서 하지 않는 커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 있는 전통이다.
보통은 부부가 첫 댄스를 시작하고,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가 이어서 춤을 춘다. 그 후 신랑도 신부의 어머니와 춤을 추기도 한다. 다음은 신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춤을 추고, 신랑이 그의 어머니와 그리고, 신랑의 부모님이 연이어 함께 춤을 춘다.
이후에는 댄스 플로어가 Bridesmaids와 Groomsmen에게로 오픈되어 각 Groomsman이 신부와, Bridesmaids가 차례로 신랑과 춤을 춘 뒤 모든 하객들에게로 오픈된다.
Photo Booth
포토 부스는 미국의 결혼식뿐 아니라 어느 이벤트를 가도 많이 보이는 인기 아이템이다. 우리는 따로 돈을 들여 포토 부스를 렌트하지는 않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기와 필름 여러 개, 사진을 걸 수 있는 프레임과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소품들을 온라인으로 오더 해 가지고 갔다.
하객들에게는 원하는 만큼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가져가고 하나씩은 우리를 위한 선물로 남겨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하객들의 사진으로 꽉 찬 Frame은 우리 집 거실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Grand Exit
들어오면 나가는 것이 진리니!
Grand Exit은 보통 결혼식과 리셉션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다. 모든 게스트들이 모여 축복해 주는 가운데 신랑 신부가 파티장을 떠나는데, 퇴장하는 길을 만들어 꽃을 뿌리기도 하고, 아래 사진처럼 Sparklers를 흔들며 환호해 준다. 그 가운데에서 키스를 하는 등의 상징적인 장면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한국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리셉션을 계획하자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한 친구들과의 모임을 기획한다고 해도 막막했을 것을 심지어는 남편 친구들, 내 친구들을 다 모아놓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이벤트를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단순한 이벤트를 위한 이벤트가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그 순간순간이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간도 있었지만, 또 그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추억이 되니 모든 어려움을 미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한국의 결혼식 문화가 싫고, 미국의 결혼식 문화가 좋다는 결론을 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소한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기본적인 틀을 알고 시작한다면 훨씬 더 수월하고, 더 창의적인 결혼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웨딩 플랜에 스트레스를 받는 내게 보스가 한 말이 있다.
중요한 건, 그냥 맛있는 음식 대접하고, 술과 음악이 있으면 돼.
심플하게 보자면, 이것이 key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Victoria Priessnitz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