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RSVP 문화를 몰랐던 내가 '똥매너녀'가 된 사연
내가 무례한 사람으로 낙인찍힌 일이 있었다. 한동안은 나의 사소한 그 행동이 무례하게 여겨진다는 것도 몰랐다.
x월 xx일에 저희 결혼식을 합니다. 오실 수 있으신가요?
그 분과는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중간에 공통으로 얽힌 사람들이 여럿 있는 관계였기에, 그 초대는 나에게 그냥 의례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네, 결혼 축하드려요. 일정보고 가능하다면 갈게요!
보통 내가 이렇게 말하면 한국에서는, '아 이 사람 오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분들은 '그래서 온다는 건가 만다는 건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하객 규모가 크고 식사도 식권이나 뷔페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히 몇 명이 올지 확인하기보다는 대략적으로 하객 수를 예측한다. 또한 하객 중 부모님의 지인들 비중이 높아 부모님을 통해 그분들의 참석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다.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보통 축의금만 지인을 통해 전달하거나, 전달받은 계좌번호로 입금도 하기에, 참석 여부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참석 여부를 알려주는 RSVP가 중요하다.
미국은 보통 좌석, 테이블 배치, 식사 준비가 철저히 계획되어야 한다. 따라서 RSVP 응답을 받아야 총 인원 수와 그들이 원하는 메뉴, 좌석 배치를 정확히 준비할 수 있다. 또 뷔페가 일반적인 한국에 비해, 미국의 결혼식은 코스 요리가 많아 하객 1인당 비용이 굉장히 큰 편이다. 따라서 No Show를 하거나 RSVP 없이 갑자기 오는 경우, 경제적 손실이 한국보다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RSVP에 답을 해주는 것은 신랑, 신부의 초대에 대한 존중이자 배려로 보는 것이다.
나에게 RSVP를 보내준 그분의 경우, 생색내기가 아니라 진짜로 나를 따로 게스트 리스트에 포함했던 것인데,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는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심지어 나는 그날 가지 못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는데, 못 간다고 말하는 게 너무 미안해서 더 미안할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냥, "제가 이러저러해서 참석을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참석하지 못해 아쉽지만, 결혼 축하합니다!"라고 말하면 됐었던 것이다.
나 역시 결혼 준비 중 RSVP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우리의 결혼은 약 두 달 만에 급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청첩장을 돌리는 시기가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두들 바로 RSVP를 해줄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오산. 대부분은 우리의 일정을 고려해서 빠르게 RSVP를 해주었지만, 일부 몇 명의 경우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물론, 충분한 시간을 줬어야 하는 우리의 잘못이었지만, 날짜는 다가오고, 레스토랑에 음식을 미리 주문을 해야 하는데 답이 오지 않아 막말로 어찌나 X줄이 타던지...
그제야 내가 끝까지 답을 해주지 않았던 오래전 그 커플이 생각났다. 미안했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멀어진 그 분과는 오해를 풀지 못하고 찝찝하게 끝난 관계가 되었다. ^^;;
*커버이미지: Photo by Lisandro Garci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