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결혼식 비용은? 얼마나 오래 진행되나? 하객 규모는? 축의금은?
Q. 미국 결혼식 비용은 얼마나 들까?
미국의 결혼식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역별 차도 굉장히 크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결혼식'이라는 개념이 커서 그만큼 편차가 큰 듯하다. 미국의 통합 웨딩 플랫폼 Zol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의 평균 결혼식 비용은 약 $36,000이라고 한다. 우리 결혼식은 스몰 결혼식이었고 여러모로 많이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거의 2만 불 가까이 나왔던 것 같다.
Q. 미국 결혼식은 얼마나 오래 진행될까?
A. 한국 결혼식은 예식에서 식사까지 한두 시간이면 끝나지만, 미국 결혼식은 훨씬 더 길다. 특히 주말 낮에 진행돼 점심을 먹고 끝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 결혼식은 오후에 시작해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예식 자체는 30분에서 길어봤자 1시간이지만, 각종 액티비티와 식사, 술, 춤을 추는 파티로 이어지는 리셉션이 4-6시간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의 결혼식 역시 짧게 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4시간 정도는 됐던 것 같다. 우리는 무한대 맥주, 와인을 제공했었는데 한창 열심히 술을 마시며 즐기던 우리 히스패닉계 보스는 한 두 명씩 자리를 뜨는 내 친구들을 보며 "코리안들!!! 왜 이렇게 빨리 가?!!! Come on!!!"이라고 농담 삼아 소리를 쳤었다.ㅋㅋㅋ
Q. 들러리(Maid of Honor, Bridesmaid, Best Man, Groomsmen)는 꼭 있어야 할까?
나는 들러리를 따로 두지 않았다. 물론, 한국에는 들러리라는 문화가 없기에 굳이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고, 스몰 웨딩이라 들러리를 둔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내 주변에도 들러리를 한 친구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들러리는 결혼식에 단순히 신부 옆에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브라이덜 샤워, 배츨러렛 파티(Bachelorette Party), 배츨러 파티(Bachlor Party)를 주최하고 결혼 준비의 이모저모를 도와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미국 결혼식에서는 전통적으로 들러리가 있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우리 결혼식은 들러리가 없었기 때문에 당일에 소수의 친한 친구들에게 이거 맡아달라, 저거 맡아달라고 부탁했었고, 그걸로도 충분했다.
Q. Bridesmaid의 드레스는 누가 준비할까?
들러리에 대해 내 머릿속에서 가장 처음 떠오른 질문은, '흠... 저 드레스 누가 지불하는 거지?'였다. 물론 이것도 답은 없지만, 전통적으로는 신부가 비용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신부가 특정 드레스를 원하거나 격식을 중시한다면 신부가 비용을 부담하기도 하는 것.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들러리들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Reddit에서 읽어봐도 대세는 '본인이 직접 부담한다'였다. 그러고 보면 미국에서 들러리는 책임감이 굉장히 많이 요구되는 일인듯하다.
Q. 하객 규모는 얼마나 될까?
A. 한국에서는 직장 동료뿐 아니라 부모님들의 지인들까지 와서 수백 명의 하객이 참석하는 결혼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까운 친구 및 가족 중심의 소규모가 일반적이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지인이 자신의 결혼식 하객수가 엄청나게 많았다고 하길래, 몇 명이나 왔냐고 물었더니 200명이라고 했었다. 속으로, '흠... 200명 하객이면 그냥 일반적인 수준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또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하객 규모에 많은 제한을 두다 보니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 마음 상하는 일도 종종 있는 듯하다. 그만큼 하객 수를 엄선하고, 1인당 비용도 커서 초대 자체가 '당신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결혼식에 초대를 받은 사람 역시 영광으로 생각한다.
Q. 한국처럼 축의금을 받을까?
미국에서는 Gift Registry가 더 일반적이다. 신랑 신부가 원하는 아이템을 모아 링크로 만들어놓으면, 그중에서 친구나 가족들이 원하는 물건을 바로 구매해 선물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안이나 일부 문화에서는 축의금을 받기도 한다. 우리 하객들은 한국인들이 대부분이라 축의금을 받았고, 나의 히스패닉계 보스 역시 본인도 축의금을 주는 문화가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Q. 하객들은 옷을 어떻게 입고 갈까?
미국 결혼식에서는 초대장에 드레스 코드가 적혀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나의 보스는 나에게 드레스 코드가 있냐고 물어봤고 내가 없다고 했더니 그럼 결혼식 Theme이 뭐냐고 물어봤었다. 그에 맞춰 옷을 입고 가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여성들은 원피나 드레스, 남성은 정장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나, 신부의 드레스 색깔인 흰색 드레스는 절대 피해야 한다. 또 한국에 비해 좀 더 컬러풀한 옷을 입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래서 결혼식 인파는 길거리에서도 확 눈에 띄는 정도이다.
미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시작했던 결혼 준비. 지금 돌아보면, 왜 그 시간을 조금 더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마음이 조급했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물론 한국에서도 결혼 준비 때문에 살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는 친구들을 여럿 보았다. 하지만 내게는 ‘스드메’라는 패키지가 있고 전문가들의 상담과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의 시스템이 부러웠다.
반면 미국에서는 웰컴 사인/데스크 같은 자잘한 장식과 데코부터, 드레스와 액세서리, 헤어, 예식용 드레스와 리셉션용 드레스까지 모든 것을 따로 준비해야 했다. 작은 선택들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그것들이 한꺼번에 겹치니 너무 벅찼던 것이다.
예산만 넉넉했다면 웨딩 플래너를 두고, 그들이 연결해 주는 밴더들을 활용해 조금 더 편하게 준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었고, 내가 원하는 바도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다. 결국 수많은 옵션 속에서 흔들리고 갈팡질팡하다가, 실수를 반복하고 주문과 환불을 반복하는 나날을 보냈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획일적인 형식이 아닌 동화 같은 숲 속 배경에서, 소수의 지인들과 함께 진심 어린 축하를 받으며 친밀한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의외로 10년 이상 미국에 살면서도 배우지 못한 미국 문화에 대해, 단기간 내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Beatriz Pérez Moy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