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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지만 쿨하지 않은 헤어짐

익숙한 사람을 보내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by 신유


까사로 돌아오니 출출했다. 스파게티면에 팔도 비빔장을 넣고 비비는데 까사 주인 요한까가 또 궁금했던지 기웃기웃.


마스 삐깐떼!!(더 매워)

어제 먹은 라면보다 더 맵다고 했더니 기겁하고 사라진다. 우리도 매워서 헥헥거리며 겨우 먹었다.


까사에서 먹은 점심과 저녁


저녁은 언니가 애지중지 갖고 있던 김과 미역국을 먹기로! 까사 주인에게 혹시 쌀을 조금 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흔쾌히 오케이! 밥 두 공기 분량의 쌀로 밥을 해서 미역국, 그리고 김을 꺼내 한 상 차렸다. 우리가 검은 종이 같은 것을 먹고 있으니 신기한지 유심히 까사 주인 부부. 한 번 먹어보라고 김을 권했다.


페스까도?? (생선??)

김을 먹더니 생선이라니! 장금이 수준의 미각!! 김을 짧은 스페인어로 설명하느라 힘들었다.


노 페스까도~ (생선 아니야~)

그러면서 탁자에 있던 가짜 채소 모형들을 가리키며 플라야(해변)라고 했더니 알아듣더라. 바닷속이라는 단어를 알아야 말이지. 암튼 알아들어서 다행. 그 뒤로도 맛있다며 김을 몇 장 더 먹던 주인아저씨를 보니 역시! 외국인에게 김이 인기라더니 맞는구먼!


밤에는 쿠바 아바나의 유명한 살사 클럽 1830에 가기로 했다. 살세라 언니가 가자고도 했고 우리 언니와는 마지막 밤이었기에 구경 갈 겸 해서 같이 택시를 타고 갔다. 살세라 언니는 이미 풀 세팅하고 오셨고 우린 쭐래쭐래 따라가는 상황이었다.


쿠바 아바나 살사클럽 1830

5쿡을 내고 들어간 1830 클럽에는 사람들이 가득가득했다. 무대와는 조금 먼 거리의 자리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느라 바쁜 우리. 모든 사람들이 춤 파트너가 있는 것 같았다. 무대 앞의 공간은 인산인해. 춤이나 출 수 있겠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테이블 사이사이에서도 살사 추느라 바쁜 사람들.


우리만 덩그러니. 분위기를 보니 단체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조합은 양인 관광객과 쿠바노 살사 선생들이 많았고 특히 양인들 대부분이 중년 이상은 되어 보였다. 사실 쿠바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커플 조합도 그렇다. 40대 이상의 외국인 여자와 20대의 젊은 쿠바 남자, 서로 윈윈일지도 모르겠지만.


쿠바 아바나의 유명 살사 클럽 1830


신유! 무슨 타령하는 거 같다야!

멀리서 보면 사람들 팔이 타령하듯 둥글게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기 때문에 언니에겐 그리 보였나 보다. 모두 같은 공간에서 살사를 추니 그렇게 보였을 수도. 난 아직 쿠바 살사를 배우기 전이라 그냥 좀 신기했을 뿐 큰 감흥은 없었다.


감흥이 없던 이유는 너무 추워서 덜덜 떨고 있는 바람에 춥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1월의 쿠바가 이렇게 추울 줄이야. 특히 살사 클럽이 바닷가에 있는 데다가 바람까지 불어 입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그 흔한 경량 패딩 하나 안 입고 와서 모든 바람이 뼛속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 모두 너무 추워서 후들후들 떨고 있었고 살세라 언니는 춤추자는 사람이 없어 흥미 상실. 결국 집으로 가기로 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언니가 떠나는 날, 우린 조식을 간단히 해결하고 이른 점심을 먹으러 랍스터 맛집으로 소문난 존맛탱집에 갔다. 정말 마지막 식사를 호화스럽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 소금기 가득 짠내 나는 식사를 해왔던 것이다. (2019년 1월 기준) 랍스터 인당 14쿡에 칵테일 6쿡 또는 레모네이드 2쿡에 10% 서비스료 더해서 둘이 40쿡 정도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의 큰 지출. 그래도 쿠바는 랍스터가 워낙 저렴하니 기회 있을 때 자주 먹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쿠바 아바나 랍스터 맛집 존맛탱집, 원래 이름은 O’Relly 304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면 레스토랑에서 여자에게만 꽃을 준다. 꽃을 들고 미친년처럼 또 룰루랄라. 살세라 언니가 부른 택시가 그쪽으로 온대서 까사로 돌아가 언니 짐을 챙기고 까사 요반나로 향했다.


이제 정말 안녕~ 까사 요반나로 가는 중
까사 요반나에 남긴 우리의 흔적


택시가 오기 전까지 까사 요반나 안에서 대기하면서 남긴 우리의 흔적. 그리고 곧 도착한 택시. 언니와는 그렇게 헤어졌다. 택시를 타는 언니를 보니 급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 보통 동행하던 여행자를 보낼 땐 이러지 않는데 언닌 내가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라 헤어짐이 더 슬프게 와 닿았던 것 같다.


택시타고 떠나는 언니의 마지막 모습


한국에서 보자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이제 아바나에 있으면서 쿠바 살사를 배우며 춤추기에 매진만 하면 된다. 다행히도 콜롬비아에서 쿠바로 같이 이동한 동생이 오늘 아바나로 온다기에 우리 까사로 오라 했다. 예약이 이미 차있어 비록 하루만 자고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흔쾌히 오겠다는 동생. 아직 난 혼자가 아니다.


이제 쿠바 살사나 배우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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