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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인데 처음이 아닌 이 느낌

쿠바 살사를 잘 추고 싶어요

by 신유


물통 하나 들고 살사 학원으로 향했다. 지금 까사에서는 걸어서 30분 거리. 첫 수업이라 두근두근 설렘을 안고 갔다. 어제 살세라 언니의 마지막 살사 수업을 보고 결정한 학원. 살사 학원을 개설한 곳은 아니고 프리랜서 살사 선생들이 공간을 빌려 운영 중이었던 학원으로 추정되었다.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가이드가 추천하는 살사 선생이라 그런지 살사 배우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사실 시간당 10쿡의 저렴함에 마음이 절반 이상 기울었더라는.


살사 선생 이름은 알레한드로, 난 이미 콜롬비아에서 살사를 배운 상태이긴 했지만 쿠바 살사는 다르다고 들었기 때문에 얼마나 다르려나 궁금함 반 설렘 반을 가지고 첫 수업에 임했다. 콜롬비아에서 살사 배운 적 있다고 미리 말하고 시작. 스텝은 콜롬비아 살사와 비슷해서 무난히 패스. 스텝이 되니 원턴으로 넘어갔다. 턴 할 때 절대 바닥을 신발로 비비지 말라고 하는 살사 선생. 원 턴은 그냥저냥 할만했다. 투 턴도 뭐 하다 보니 성공. 코카콜라라고 불리는 고 앤 턴 백의 패턴을 배웠는데 무난하게 패스. 확실히 생초짜도 아니고 콜롬비아 칼리에서 라인 스타일 살사 온 원과 칼리 스타일 살사를 다 배운 상태라 그런지 금방 금방 배웠다.


이거 알아? @&&!?₩?)(;;;


응? 뭔지 몰라서 모른다 하면 해보자고 하던 선생. 그리고 내가 하네? 넌 알고 있어. 살사 용어는 몰라도 다 배운 것이었나 보다.


저녁때 방을 같이 쓰기로 한 동생을 까사에서 만나기로 미리 약속한 터라 살사 수업 후, 일식당 사유에 들러 대충 요기하고 들어갔다. 이미 와있었던 빈이. 그 간의 여행 이야기를 듣다가 9시쯤 밤마실 나가기로. 언니가 떠나기 전 이야기해준 잉글라테라 호텔 루프탑에 가봐야겠다. 언니 말로는 이러했다.


잉글라테라 호텔 루프탑에 가면
바람잡이 같은 쿠바노들이
양인 중년 이상 여자들이랑 춤을 추는데
볼만해
쿠바 아바나 호텔 잉글라테라 루프탑


춤 잘 추는 젊은 쿠바노들이 양인 중년 이상의 여자들과 살사를 추며 호텔 루프탑 분위기를 업시킨다나? 빈이와 같이 간 잉글라테라 호텔 루프탑엔 사람이 꽤 많았다. 테이블에 앉아 다이끼리 한 잔을 주문하고 사람들 춤추는 모습을 구경했다. 정말 신기한 조합. 20대의 젊은 쿠바노와 40대 중반 이상의 양인 여자들이 살사를 추는데 어찌나 잘 추던지. 간혹 쿠바노들끼리도 살사를 추기도 하고 쿠바인 남녀가 추기도 했다.


진. 짜. 잘. 춘. 다.



쿠바 살사는 콜롬비아 살사랑 정말 달랐다. 음악도 다르다. 잉글라테라 호텔 루프탑에 있다 보면 쿠바노들이 살사 같이 추자고 오는데 나에게도 누군가 왔다. 오늘 처음 배웠다고 하고 추는데 나 곧 잘하네? 물론 다른 살사이긴 하지만 콜롬비아에서 살사 배우고 오긴 했으니. 빈이는 살사를 배워보지 않아 거의 앉아있기만 했고 난 두 번 정도 춰봤다.


사실 내가 살사를 추는 것보다 살사 잘 추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콜롬비아 살사보다 뭔가 더 부드러운 분위기의 그루브. 공식이 따로 있는 것 같지 않은 자유분방함 그리고 중간중간 들어가는 룸바와 춤 사이사이 장난기 가득한 추임새까지


춤추는 모든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정말 춤추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웃는 것 같았다. 콜롬비아도 이랬던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잉글라테라 호텔 루프탑은 그날 정말 핫했다. 금요일 밤이라 그랬을까? 여길 모르고 그냥 쿠바를 떠났다면 내 인생 자체가 어떻게 되었을지.


쿠바 살사가 이렇게 재밌는 거였어?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는데?


콜롬비아에서 살사 배울 때도 그랬지만 저 사람들처럼 춤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중년 여자들 말고 쿠바 여자처럼 추고 싶었다. 학원에서 배운 동작으로 살사를 추는 외국인과 배우지 않고 그냥 추는 토박이의 살사는 느낌부터가 달랐으니까. 내 눈이 따라가고 있던 사람은 쿠바나(스페인어로 쿠바 여자)였다. 여기서 몇 안 되는 쿠바 여자 중 한 명이었다. 나중에 우리 테이블 남는 자리에 다른 쿠바노들 몇 명이 앉았고 우린 합석해서 이야기도 나눴다.


여기뿐만 아니라 쿠바에 살사 추러 오는 여자들이 아마 그럴 게다. 꼭 살사가 아니어도 그럴 게다. 돈 많은 외국인 여자들은 춤 잘 추는 쿠바노가 필요하고, (물론 춤만 추진 않겠지. 정말 춤만 추는 경우도 있고) 돈은 없지만 춤 잘 추는 쿠바노들은 용돈도 필요하고 그럴 테지. 한국 중년 남자가 동남아의 젊은 여자 만나는 것과 별다를 게 없다고 본다 난. 누가 누구를 비난하리? 각자 살아가는 방식인데. 그리고 서로 원해서 그런 것뿐인데. 다 큰 성인인데 왜 그러고 사는 것인가 하며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신나게 놀고 마시고 뭐 여행의 일탈이 이런 거 아닐까? 잉글라테라 호텔의 죽순이가 되게 된 계기가 아마 이 날이었을게다. 늦은 밤 집에 가는 길. 아무도 없는 거리라도 걸어 다니기 괜찮았다. 쿠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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