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억에 추억을 더하여, 쿠바의 추억

매일이 같으면 좀 어때?

by 신유


쿠바 아바나에는 유명한 도미토리 까사가 있다. 까사 호아끼나, 까사 요반나, 그리고 까사 시오마라. 내가 연은 맺은 곳은 까사 요반나. 2015년 쿠바 첫 여행에 여기서 일주일 정도 묵었었다. 단 하루의 도미토리 까사행, 만으로는 3년, 횟수로는 4년 만에 배낭을 짊어지고 까사 요반나로 향했다. 여전 여전한 까사 요반나, 온몸을 스프링으로 마사지해주는 듯한 매트리스와 거대한 소리를 자랑하는 에어컨, 하나뿐인 화장실까지 그대로였다. (2019년 1월 기준)


매일 쿠바 살사를 배우러 학원에 가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것이 없었던 나, 살사 학원 가기 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일식당 사유에 갔다. 입맛에 맞는 식당이 있으면 새로운 시도보다는 가던 곳을 계속 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정말 허구한 날 갔다고 해도 과하지 않았던 곳이다. 3cup짜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까사로 돌아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어라? 아리아나가 있네???’라고 생각하는 찰나 그녀가 먼저 외쳤다.


아미~~~ 가!!!
오 마이 갓!! 얘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어!!


지금은 까사 요반나 주인이 된 아리아나와 나, 만 3년 만에


수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머물다 가는 쿠바 아바나늬 까사 요반나. 아리아나는 까사 주인인 요반나의 딸이다. 2015년 첫 쿠바 여행 때는 아리아나만 봤던 터라(당시 요반나가 아파서 요양중) 난 요반나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일면식 없던 상황이었다. 아까 체크인할 때도 어떤 할머니만 계셨기에 아리아나는 어디 있어요?” 했더니 자기 집에 있다고 들었는데 오후에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까사에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기억한다니! 원래도 똑똑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나를 알아보니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아리아나와 3년 만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난 살사 학원에 다녀왔다.


3년 전 쿠바를 여행할 때만 해도 까사 요반나는 사른 까사에서도 놀러 올 만큼 사랑방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썰렁해졌더라. ‘매트리스 바꿔야 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말할 수 없었던 나. 나중에 쿠바에 장기 체류하러 왔을 때, 기회가 왔다. 아리아나가 옆 건물 고층에 위치한 까사를 보여주길래 조심스럽게 조언을 했다.


매트리스(꼴총)부터 바꾸는 것이...”


곧 바꿀 거라며 에어컨부터 하나씩 바꿔가고 있다고 말해주던 아리아나, (당시 에어컨 이미 하나 교체) 까사 인수하고 일 년도 안 되어 쿠바에도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지금 어지간히 맘고생하고 있을게다.


사람이 확 줄어든 까사 요반나는 이제 거실 같은 1층이 사랑방스럽지 않아 방에 있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살사 학원을 다녀와 방에서 쉬면서 같은 방의 어느 처자와 대화를 나눴다. 쿠바 우체국에 한국으로 보낼 물건을 부치러 가야 한다는 그녀는 이것저것 박스에 물건을 담다가 나에게 귀여운 포켓티슈를 건넸다. 초면에 어찌나 고맙던지! 저녁엔 어제 룸 셰어를 한 석호필을 까사에서 우연히 만났다. 각자 가지고 있던 라면을 하나씩 꺼내 끓여먹고 피자를 사 와서 또 먹고 정보 북만 보러 오신 분들과 함께 술 마시며 급 3년 전 쿠바 사랑방 분위기, 옛 추억이 새록새록.


그리고 단 하루, 한 번의 잠자리, 오랜만에 느끼는 까사 요반나의 매트리스 스프링, 역시! 여전 여전해~~ 까사 요반나에서 자 본 사람이라면 누군가 말했던 이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자갈밭에서 자는 기분...


단 하루의 숙박이었지만 역시나 그랬다. 내 몸이 이젠 늙어 침대의 매트리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 정도로 쿠바 아바나 추억여행 잘했다 생각하기로.


그래도 조식은 그래도 3년 전보다 나아져있었다. 쓰디쓴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고 콜롬비아에서 가져온 커피를 꺼냈다. “콜롬비아 커피 드실 분?”이라는 말에 아리아나와 아리아나 올케, 그리고 할머니가 손 드셔서 커피를 타드렸다. 아주 훈훈했던 시간.


까사 요반나의 조식과 콜롬비아 커피


까사를 옮기고 집주인 아저씨와 이야기한 후 물부터 사러 나섰다. 쿠바는 수돗물을 식수로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석회질이 심해 물을 사서 마셔야 한다. 주인아저씨는 5리터짜리 물 파는 곳까지 같이 가서 물을 들고 까사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그리고 곧 도착한 앞으로 며칠 같이 지낼 Y씨와 함께 중국집 티엔탄에서 저녁을 먹고 까사 요반나에 가서 어제 같은 방을 썼던 처자인 B를 데리고 셋이 잉글라테라 호텔로 향했다.


루프탑에 가자마자 이 사람 저 사람과 쿠바식으로 인사를 하니 B가 “언니! 인싸 같아요!”


인싸가 뭐지....


조심스럽게 “인싸가 뭐예요?” 물어보니 ‘인사이더’라는 뜻이라고 하더라. 나 너무 오래 한국을 떠나 있었나 아니면 너무 늙은 건가. 자괴감이 들 뻔했지만 살사를 추며 마음을 다잡았다. (농담)


잉글라테라 호텔 루프탑에서 마시는 칵테일 한 잔


우리는 각자 칵테일 한 잔씩 하며 살사 추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나는 가끔 살사도 추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쿠바 살사를 배운 후로는 거의 매일 잉글라테라 호텔에 갔던 것 같다. 2019년 1월의 쿠바 여행은 매일이 그랬다.


살사 학원과 잉글라테라 호텔, 중간중간 만나는 새로운 여행자들, 난 이대로도 즐거웠다. 여행이 꼭 매일 새로워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keyword
이전 09화레알 맛집 웰컴! 살사 맛집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