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쿠바노와 야만~ 쿠바 레게킹
1월의 쿠바, 비 오는 날은 까사에서 술 한 잔 하며 쉬어가는 것이 답, 같이 방을 쓰는 Y와 함께 럼과 콜라를 사러 나갔다. (쿠바에서는 럼을 마시는게 가성비 갑) 럼은 이미 샀고 콜라를 사러 간 상점에서 못 보던 맥주를 발견! 어떤 쿠바노(쿠바 남자)가 그 맥주를 한 봉지 가득 사는 거다. 뭔 맥주인지 촌년처럼 신기방기해 하며 보려고 하는데 나한테 한 캔 권하는 쿠바노. 한사코 사양했더니 권하던 맥주 캔 뚜껑을 따버린다.
외국인에게 쿨하게 맥주 한 캔 쏜 쿠바노(쿠바 남자). 돈이 많아서 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보통 쿠바 사람들이 자기 지갑에 돈 있으면 다 쓴다더라. 저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비하는 우리와는 다른 듯.
그가 준 맥주는 카시케라는 맥주다. 쿠바 맥주 중 도마뱀 그려진 Lagarto와 Cacique 그리고 Mayabe가 현지인들이 많이 마시는 맥주인데 그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마야베 빼고는 다 좋아한다. 마야베는 2015년에 처음 쿠바 여행 왔을 때 처음 마신 맥주, 그 맥주는 이 까막 혀의 소유자도 별로인 맛으로 기억하기에. 근데 신기하게도 4년이 지나 오랜만에 마야베를 마셔봤는데 괜찮네?
입맛이 쿠바나로 바뀐 건가.
아이 미 마드레. (오 마이 갓 쿠바 버전)
까사에서 Y에게 도미노를 알려주고는 게임 시작.
도미노???
도미노는 쿠바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게임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작으로 오해하는 게임이다. 쿠바를 여행하다 보면 길에서 네 명이 한 탁자에 앉아 마작처럼 무슨 게임을 심각하게 하는데 그게 도미노다. 국제 버전은 숫자가 6까지 있고 쿠바 버전은 9까지 있다. 난 콜롬비아에서 베네수엘라 친구에게 처음 도미노를 배웠기 때문에 도미노도 콜롬비아에서 사 온 도미노. 그래서 6까지 밖에 없었다. 초보자니까 6부터 해도 괜찮다.
비가 그친 후, 말레꼰에 갔다. 야심한 밤의 말레꼰엔 사람들이 많다. 도대체 다들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말레꼰에는 맥주보다는 럼을 들고 가는 게 낫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장실이 없기 때문. 쿠바 아바나의 말레꼰 밤거리를 걷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름 자기들의 스피커 출력을 뽐내는 듯하게 최고 출력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시간을 보낸다. 에어컨 없는 집이 많기 때문에 밤바람 쐬어 나오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우린 밤의 낭만 말레꼰을 즐기러 갔을 뿐.
쿠바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중 방금 자메이카에서 온 사람 마냥 온몸에서 야만~ 야만~ 을 외치는 듯한 쿠바노를 만났다. 오래전 무한도전을 열심히 챙겨봤던 나, 거기서 하하가 매번 레게를 한다며 야만~ 야만~ 하던 기억이 난다.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겼는데 진짜였어!! 매일 쿠바 살사 추러 잉글라테라 호텔을 가던 때라 거기로 출근하는 수많은 쿠바노(히네떼로, 일명 제비)와 그들의 대모로 추정되는 쿠바나(이하 대모)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그 레게킹(레게킹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아 그리 부름)과 함께 있었다. 레게킹은 레게 음악을 틀어놓은 스피커를 들고 레게 하는 사람들의 몸짓을 하며 말레꼰의 밤 정취를 만끽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올라!! Hola!
(스페인어 인사)
대모는 어찌나 반갑게 인사하던지! 스페인어가 짧디 짧은지라 올라!(안녕) 꼬모 에스타스?(잘 지내?) 정도만 하던 나라 긴 대화는 어려웠다. 레게킹이 내 스피커를 보더니 “니 스피커에 내 음악을 틀어도 될까?”라고 묻는다. 얼떨결에 그러라고 (노 라고 할 이유가 없어서) 했더니 그 후로 살사고 바차타고 음악 선곡의 자유를 빼앗긴 채 쿠바 레게킹의 레게 음악만 들어야 했다.
말레꼰에 울려 퍼진 레게 음악이 나쁘진 않았다. 레게를 온몸에 휘감고 온 레게킹과 폭탄 머리의 아미가 대모, 그리고 우리. 사람들이 더 모여 우린 다 같이 급 이동했다. (왜 이동하는지 전혀 모름)
레게 음악 들으며 다 같이 “야만~~ 야만~~”
레게킹이 갑자기 꺼낸 밥 말리가 그려진 자메이카 국기를 들고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는 짧은 동행을 했다. 급기야 사진 촬영까지. 대모랑은 여기서 나름 친해져서 그 후로는 뭐 나도 모르게 아미가가 되어있더라. 그녀가 나를 아미가라 부른 순간부터였나.
자기가 노래도 직접 만들고 녹음하고 레게를 사랑하던 쿠바의 레게킹, 어느 공원에서 공연도 한다고 했는데 못 가봤다.
쿠바 레게킹! 난 레게 그냥 그래. 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