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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쿠바 여행자의 하루

쿠바 살사 중단! 오늘은 그냥 놀자!

by 신유


쿠바 살사를 7시간 정도 배웠을 때였나? 하루에 하나씩 패턴을 배우고 있었는데 마음이 급했다. 한 가지 패턴을 배우다가 실수를 한 번이라도 하면 계속 반복, 정말 5번 중 한 번 실수하면 반복하는 그런 식이 었다. 1시간 넘게 배우는 날은 최소 패턴 두 개는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살사 선생 알레에게 말했다.


나는 좀 더 많이 배우고 싶어
하루에 최소 2개 이상 알려줘


그의 꼼꼼한 티칭도 좋았지만 난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네댓 시간을 더 배우다가 뭔가 정체기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레슨은 따로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더 예약하지 않았다. 정말 순수하게 다음 레슨을 언제 하지 하고는 다음 날 하루는 쉬고 싶은 마음에 결정을 못해서 그렇게 말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게 마지막 수업이 된 셈.


훗날 생각해 보면 이때쯤 아니 그전부터 레이디스 스타일을 배웠어야 했다. 손에 힘 빼는 건 최고라고 했었던 알레. 그 덕분에 새로운 패턴이라고 해도 손에 힘 빼고 하니 곧잘 따라갈 수 있었다. 기본 패턴을 어느 정도는 다 배운 후여서 춤추는 동작, 여자 댄서가 해야 하는 움직임을 배웠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그런 것조차 몰랐다.


내 첫 살사 선생 알레한드로와 춘 살사


마지막 살사는 노래가 너무 길어서 추다가 적당한 선에서 중단했었다. “이 음악 왜 이렇게 길어?”라고 하던 알레. 나도 너무 길어서 지칠 뻔했는데 ㅎㅎ


살사 수업도 없고 정말 할 일 없는 하루의 어느 날, 영과 함께 기념품 사러 나섰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쇼핑은 기회와 시간이 있을 때 미리 해둬야 한다.


쿠바에서 부담없이 살 만한 기념품들


잉글라테라 호텔 옆 건물 뒤쪽 대각선 골목으로 가면 길에 늘어선 간이 상점들이 있다. 여기서만 사도 충분했기에 산호세 시장까지 안 가도 되었다. 필요한 것들만 후딱 구매하고 끼니 때우러 이동!



내 햄버거 단골집 맛을 보여주려고 갔더니 마침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그 근처에 현지인들이 줄 서 있는 곳이 있길래 가보니 피자 맛집??!! 들어가자마자 박장대소할 뻔했다.


바보들의 게임
JUEGO DE TONTOS


‘바보들의 게임 JUEGO DE TONTOS’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던 아저씨들. 그리고 티셔츠엔 트럼프와 김정은이 그려져 있었다.


아저씨! 저런 거 어디서 사나요?


그리고 안 갈 수 없는 카페라테 맛집, 카페 아르깡헬에 영을 데려갔다. 그리고 둘 다 카페라테 주문. 유진씨로 시작해서 언제부턴가 언니라 불러줬던 영. 안 지 며칠 되진 않았지만 영은 참 편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대화는 보통 유쾌하다. 그리 무겁지도 않고 적당히 가벼운 대화. 영과의 대화도 그랬다.


난 상대의 나이나 무슨 일을 하는지 등 개인적인 질문은 본인이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스스로 말하지 않는 이상 남의 사생활을 캐묻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런 것을 궁금해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사람을 못 본 이유도 있고 굳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물을 이유도 없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고 있을 즈음, 엄마와 아기 그리고 할머니 팀이 들어왔다. 자리가 애매해서 우리 자리를 양보하고 우리가 옆 테이블로 이동했다. 아기가 어찌나 예쁘던지 눈을 뗄 수가 없었더라는. 프랑스 사람이었던 아기 엄마는 영어도 곧잘 했다. 영어를 잘하는 영이 아기 엄마에게 “크면 여자 여럿 울리겠어요!” 하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카페 아르깡헬의 카페라떼와 아기천사

우린 커피를 마시고 맥주 한 잔 하러 비에하 광장에 갔다. 천천히 거리 구경도 하고 가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비에하 광장에는 생맥주 파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거대 생맥주 마셔보는 게 내 소원인지라 도전해보기로!


한국에서는 3,000cc도 마시는데 이것쯤이야!!


우리가 마신 쿠바 생맥주

오는 길에 사 온 추로스와 함께 한 잔, 두 잔, 마시는데 내 눈의 띈 석호필!! 바로 달려가 석호필과 인사했다. (진짜 석호필 아님)


쿠바 여행을 마치고 다시 아바나에 온 석호필은 내가 일주일 전쯤 룸 셰어도 하고 라면도 같이 끓여 먹은 청년. 럼 박물관에 다녀오는 길이라던 석호필을 자리에 앉혀 맥주 한 잔을 따라줬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셋이 되었다. 우린 각자 딱히 계획된 여행 일정이 없어 말레꼰 일몰 보고 저녁도 같이 먹기로 했다. 딱히 “우리 말레꼰 일몰 보러 갔다가 저녁도 같이 먹읍시다!” 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말레꼰에 일몰이나 보러 갈까요?” 그러고 나서 “저녁 같이 드실래요? “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런 패턴.


영 따라 쇼핑한 나, 마라카스와 함께 비에하 광장에서


말레꼰으로 가는 길, 쿠바 청소년들이 득실득실!!
이곳을 조심스럽게 지나가는데 누군가 “안녕~ “이런다. 간혹 쿠바에서 듣게 되는 한국어 대부분 치나(중국 여자), 린다(예쁘다)인데 눈썰미 좋은 쿠바 사람들은 한국인인 거 알고 (물론 그들은 한국 문화나 언어에 관심이 있다)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 “라고 한다. 그럼 듣는 사람도 기분 좋다. 외국에서 한국어로 인사해주는 현지인을 만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니까.


프라도 공원의 쿠바 청소년들

우린 저녁까지 같이 먹고 석호필의 까사에 가서 깐찬차라(칸찬차라)를 마셨다.


칸찬차라? 그게 뭐예요?


칸찬차라(깐찬차라)도 모르던 무지렁이 시절, 트리니다드의 유명한 까사 주인 차메로가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단다. 그래서 꿀도 준비되어 있던 석호필. 그가 타 준 칸찬차라는 꽤 맛있었다. 하지만 까사의 다른 사람들이 집단으로 몰려오는 바람에 너무 어수선해서 내일 산타마리아 갈 때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석호필이 만들어 준 칸찬차라


바로 까사로 가기 아쉬워서 모히토 한 잔 하러 간 잉글라테라 호텔, 모히토 방금 받았는데 어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찍나요? 젊은 브래드 피트 느낌의 훈훈한 청년 발견. 모히토와 함께 슬며시 찰칵! 뭐 소심한 내가 그렇지. 이걸로 만족.


잉글라테라 호텔에서 만난 젊은 브래드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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