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를 찾는다면 쿠바 랑고스타
일반 서민이라면 비싸다고 느끼는 음식, 랍스터(스페인어로 랑고스타).
내 인생 첫 랍스터는 만 34세에 먹은 뉴욕 랍스터였다. 당시에도 아직까지 랍스터 못 먹어봤냐며 허울 없는 죽마고우에게 촌년 소리를 들어야 했던 슬픈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가장 많이 먹어 본 곳은 쿠바, 레스토랑에서 랍스터를 먹는다면 싸게는 한국돈으로 만원, 비싸게는 2만 원 초반대면 먹을 수 있다. 물론 랍스터 크기에 따라 레스토랑마다 다르다. 요리를 해주는 레스토랑이 있고 음식을 해주는 레스토랑이 있으니까.
쿠바 여행자들의 숙소인 까사라 불리는 현지인의 숙박시설에는 조식뿐만 아니라 종종 석식도 판매한다. 특히, 트리니다드의 까사에서 저녁 식사를 주문해서 먹는 여행자들이 많다. 2019년 당시 유명했던 차메로네집, 단돈 10쿡(한화로 12,000원)이면 랍스터에 밥 샐러드 음료까지 먹을 수 있으니 괜찮은 선택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차메로네 랑고스타(스페인어식 표기)를 극찬해서 좀 궁금한 감이 있었다.
아침에 미리 예약해둔 차메로네 랍스터(스페인어로 랑고스타)를 먹으러 갔다. 시간 맞춰 가니 까사는 이미 한국인 천지. 원래도 까사 손님이 다 한국인인 데다가 저녁식사만 먹기 위해 오는 한국인도 있으니까.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까사 주인네 식구들을 제외하면 전부 한국인이었다. 테이블에 빼곡히 앉은 한국인들과 함께 랍스터 한 상차림이 시작되었고 일부러 가져온 볶음 고추장을 개봉하여 다 같이 나눠먹었다. 쿠바 칵테일 칸찬차라도 제공되는데 본인이 원하면 계속 리필되는 듯. 10쿡의 행복.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 차메로네 랑고스타다.
도대체 왜
차메로네 랍스터가
맛있다고 하는 거죠?
전 정말 맛없었어요.
쿠바에서 만난 여행자가 한 말이다. 듣자 하니, 그녀는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있을 때 만난 여행자가 차메로네 랍스터를 알려줬다고 했다.
“쿠바 트리니다드에 가면 차메로네 까사로 가봐. 저녁에 랑고스타(랍스터)를 먹을 수 있는데 정말 맛있어!”
그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쿠바 여행에 차메로 까사에서 랍스터를 먹었다.
“아프리카 여행 중에 먹은 랍스터가 저에겐 최고예요. 차메로네 랍스터는 질기고 뭔 맛인지. 추천한 사람들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차메로네 랍스터에 대해 혹평을 하던 그녀. 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게 가성비 좋은 랍스터다 하면 맞지만 정말 맛있는 랍스터다 하면 아닌 거 같아요. 그냥 레스토랑 가면 10쿡에 그 정도 안 나오니까 가격 치고는 괜찮았다 뭐 그 정도? 그렇게 듣고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가격 대비 괜찮다 해야 납득이 그나마 가지, 정말 거기서 꼭 랍스터 먹어야 한다 정말 맛있다 이건 아닌 거 같아요”
“맞아요 ㅎㅎ 시간 있으시면 올드 아바나 쪽 가셔서 존맛탱집 이라는 곳에서 랍스터 드세요. 거긴 가격은 좀 비싼데 요리처럼 나오고 꽤 맛있어요.”
베다도에서 만난 그녀는 내일 떠나는 데다가 시간이 없어 아바나까진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안타깝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서 쿠바 랍스터는 차메로네 집의 가정식 랍스터만 남겠지.
차메로네 랍스터를 먹고 만족했던 사람이 아바나로 돌아와서 랍스터 맛집으로 유명한 일명 존맛탱집에 간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여기가 진짜 맛집이라며 매일 1일 1 랍스터를 먹었더라는? 물론, 그렇게 자주 가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음료 포함 2만 원 초반)이긴 하지만 숙박비에는 돈을 안 써도 먹을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본인이 즐거우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친한 언니가 작년 가을 쿠바에 놀러 온 적 있었다. 하도 쿠바가 랍스터가 싸다고도 하고, 랍스터를 한 번도 못 먹어 봤기에 잔뜩 기대하고 랍스터 맛집으로 소문난 레스토랑에 갔던 언니. 맛있게 잘 먹고 조심스레 한 마디 꺼냈다.
난 랍스터 이걸로 충분해.
뭐 하도 랍스터 맛있다 해서
입에서 녹은 줄 알았는데 아니네.
난 대게가 더 좋아 ㅋ
언니 말이 맞다고 했다. “맞아! 랍스터가 입에서 살살 녹진 않지. 한국에서 비싼 음식이니 쿠바 와서 먹는 것이지 뭐. 나도 꽃게가 더 좋아.”
누군가는 뭘 제대로 못 먹어봐서 그런다 할 수 있겠지만 제철 꽃게의 살 발라먹는 것이 난 더 좋다. 랍스터는 정말 보여주기 식 삶(SNS)에 올리기 좋은 음식인 걸로!
쿠바 랑고스타(랍스터)에 대한 단상 끝
3년 만에 온 쿠바 여행에서 아바나 랍스터 맛집인 존맛탱집에서 호화로운 점심식사도 해봤고 트리니다드 랍스터 맛집도 가고 차메로네 집에서 가성비 좋은 랍스터도 먹었다. 난 이걸로 충분하다.
트리니다드 와서 첫날은 랍스터 맛집 가서 먹고 둘째 날은 차메로네 집에서 이틀 연속 랍스터를 먹었다. 고작 2박 했는데 이미 할 일을 다 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트리니다드에 이렇게 짧게 있을 생각은 안 했지만 살사 클럽도 갔고 동굴 클럽도 갔고, 아이들은 못 만났지만 추억 찾아 삼만리도 했으니 H를 따라 아바나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가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콜롬비아로 돌아가기 전에 쿠바 여행의 마무리를 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