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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ug 24. 2020

적당히는 도대체 어느 정도야?

옥수수에 뉴슈가를 적당히 인간관계도 적당히


 옥수수는 밀, 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 작물 중 하나다. 식량이 되는 작물이라는 뜻이다. 한국인에게는 쌀이 주식인지라 매 끼니 밥을 먹었으면 하는 나에게는 언제부턴가 옥수수가 쌀을 덜 소비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로 이래저래 쌀 구하기 어려워 아껴먹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2020년에 쌀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니!!!

(참고: 쿠바 현지인들은 배급으로 쌀이 나옴)


 쿠바에서 옥수수를 처음 쪄먹기 전에도 시장에서 옥수수를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매번 내가 본 옥수수들은 말라비틀어진 느낌의 것들 뿐이어서 쪄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어느 날, 내가 사는 쿠바 집 근처 시장에서 옥수수를 발견했다. 그날따라 옥수수가 눈에 쏙 들어왔다. 생긴 것이 좀 마른 느낌은 들었지만 한 번 쪄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하나에 한국 돈으로 250원 하는 옥수수를 여러 개 사 왔다. 그리고 엄마 소환.


“엄마~ 옥수수 어떻게 쪄?”

“압력솥에 옥수수 물에 잠길 정도로 넣고 뉴슈가 적당히. 달착지근하게. 소금도 조금 넣어. 센 불로 하다가 약불로 10분 정도.”

“응? 적당히가 어느 정도야?”

“손으로 찍어 먹어보고 좀 달다 싶은 정도.”

“응.....”


 역시 엄마는 매번 “적당히”로 알려준다. 김치 담글 때도 적당히. 뭘 얼마나 넣냐 물으면 항상 적당히.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때 엄마의 요리하시는 모습을 종종 봐와서 적당히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느낌은 알고 있었다. 그때 봤던 것을 그대로 하면 얼추 비슷하게 되긴 하더라. 그리고 엄마의 음식을 맛봤을 때의 그 맛을 기억하고 있기에 그것만 따라가면 비슷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쿠바 옥수수를 한국식으로 쪄 먹기


 쿠바 옥수수는 먼저 물에 깨끗이 씻어줘야 했다. 한국의 옥수수처럼 깨끗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씻은 옥수수를 압력솥에 넣고 물에 ‘적당히’ 잠기게 한 후 뉴슈가를 엄마 말대로 ‘적당히’ 넣었다. 작년 가을, 친한 언니가 쿠바로 여행 오면서 가져온 뉴슈가 한 봉지. 당시 인터넷 쇼핑으로 이것저것 식재료들을 언니 집에 보냈었다. 그때 뉴슈가 사 오길 정말 잘했지. 내가 뉴슈가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쿠바에 체류하던 S가 놀라 했다.


“아니... 언니 도대체 없는 게 뭐예요?”

“그러게. 쿠바에서 뉴슈가까지 갖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


 그렇게 해서 쿠바 옥수수를 한국식으로 쪄먹기 성공. 내 쿠바 살림살이 보물 1호 압력솥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나? 아무리 잘 만든 냄비밥이라고 해도 압력 솥밥 따라갈 수 있으랴? 닭백숙도 그렇고 옥수수도 그렇다. 압력솥 챙겨 오는 게 최고! 쿠바에 몇 년 쭉 살 생각으로 온다면 난 쿠0 같은 전기 압력밥솥부터 챙겨 올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만큼 쓸데없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작은 압력솥에 뉴슈가를 넣어 찐 옥수수


 한 번은 쿠바에 사는 지인들에게 찐 옥수수를 보내기도 했다. 냄비나 전기밥솥에 찐 옥수수랑 압력솥 옥수수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게다. 게다가 옥수수를 살 때 그나마 덜 영글은 것으로 사야 찐 후에도 덜 딱딱하다. 너무 영글어서 이미 딱딱해진 옥수수는 아무리 압력솥에 찐다 해도 딱딱하다. 그걸 모르고 ‘쿠바 옥수수는 맛이 없네’라고 말하면 쿠바 옥수수가 억울해서 눈물을 머금을지도 모른다.


요리는 누가 어떻게 어떤 재료로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


 옥수수는 당일에 다 처리하지 않으면 딱딱해지기 때문에 재가열을 해야 한다. 하지만 딱딱해도 괜찮다. 재가열해서 먹을 수 있는 요리는 많다. 밥에 넣어서 옥수수밥으로 먹거나 양념치킨 만들어 옥수수를 알알이 살살 뿌려주면 더 맛있고 보기에도 좋다. 감자채전에도 옥수수 넣어 먹고 따로 옥수수 전도 만들어 먹고 나중엔 S에게서 나눔 받은 치즈로 콘치즈도 해 먹었다.


딱딱해진 옥수수의 화려한 변신


 한 동안 옥수수만 주구장창 쪄먹다가 마지막으로 옥수수를 쪘을 때 그나마 덜 영글은 것으로 샀는데도 너무 딱딱해서 그 후론 사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같이 쪄먹었는데 딱 한 번 그랬다고 바로 옥수수와 절연해버렸다. 아마 당시 강냉이 털고 싶은 인간관계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옥수수만 보면 생각나서 그랬을지도.


 사람은 눈과 귀는 두 개씩이지만 입은 하나다. 그만큼 말조심하라는 이야기. 말은 발이 달려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그리고 언젠가 그 말이 비수가 되어 본인에게 되돌아간다. 이미 등진 사람도 아니고 친하게 지내던, 그것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내 뒷담화를 어마어마하게 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남의 뒷담화를 나에게 많이 하던 사람이니  뒷담화도 남에게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그때는  못했을까 하는 후회는 남았지만.


미국에 십 년 넘게 사는 친구가 말했다.

세상 별의별 사람들 많으니 너무 정 줄 것도 없고 적당한 선에서 적당히 인간관계 갖는 것이 좋아. 으이그 순진해 빠져 가지고! 뭘 믿어? 아무도 믿지 마! 그런 사람들 많아. 잊어!


그래. 뭐든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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