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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형!

'테스형!'을 부르는 나훈아의 마음이 국민들의 가슴에 새겨졌다. 많은 이들이 갑자기 소크라테스와 일촌이 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가황이라는 한 가수의 노래로 소환된 테스형을 통해서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돌아보는 것이다.


'테스형!'은 동네형이 아니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모르는 어떤 것, 고뇌하는 질문에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모든 기술을 주고라도 한끼 식사를 같이 하고픈' 위대한 인물이다. 


소크라테스는 길거리 철학자다. 세계 최고의 도시 그리스 아테네를 돌아다니며 시장길, 사원, 광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 대화는 한가지 결과로 귀결되었는데 대화자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 때까지였다. 그런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소크라테스를 미친 놈 취급하거나 정신 나간 놈으로 한대 갈기고 제 갈 길을 갔을 것이다. 


사는 건 묻는 것이다. 그런데 정답을 위해 묻는 것이 아니다. 모르니 묻는 것이다. 묻는 것 자체가 인생이다. 살다보면 인생에 정답이 있을 수 없음을 알게 되므로 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훈아는 그래서 테스형을 부른 것이 아닐까.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철학자야말로 서둘러 정답을 주기 위해 입을 열기보다 그저 넋두리를 듣고 있을테니 말이다. 


사람은 때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상처와 질문을 안고 그저 넋두리만 늘어놓아도 되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조금은 궁금한 마음도 없지 않겠느냐만은 몰라도 그만이다. 결국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내일이 두려운' 까닭이다. 테스형이 간 것처럼 나도 따라갈테니.


세상이 힘들다. 테스형이 살았던 세상은 편했을까? 그렇지 않다. 배부른 철학자는 없다. 배 고프고 힘드니 세상에 대해 질문을 한다. 평생 그 질문을 놓지 않았다면 얼마나 힘들고 절실했겠는가! 


'나는 나 자신을 알고 있는가?'하는 질문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자신도 모르면서 세상을 안다거나 자신도 마음대로 못하면서 세상을 바꾸려는 어리석은 자들이 많은 세상을 테스형이 본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눈물 많은 세상에서 우리는 만족할 수 없다. 세상은 왔다가 가는 곳, 미련만 남는 곳이므로 죽기까지 인간에게 안식이란 없다. 테스형도 그렇게 세상에서 배고프고 (엄청나게 이기적인 아내에게) 늘 욕먹고 사람들에게 치이다가 무고로 감옥에서 죽었다. 


결국 천국은 있는가? 테스형이 한마디라도 해주면 도움이 되겠지만 테스형을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이름 테스형, 덕분에 잠시 내 질문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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