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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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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남자

새벽 5시, 일어날 시간이다. 씻고 성당 갈 준비를 한다. 밖은 컴컴하고 바깥 공기가 차다. 어느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6시 정각, 십여명의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7)는 말씀에 대해서 강론을 한다.


'다한다'는 것은 남김없이 주는 것, 자기 것 없이 모두 내어놓는 것인데 내 마음, 목숨, 힘, 정신을 다하기란 쉽지 않다. 마음은 늘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것, 내 마음이지만 한개가 아니라 수백 수천개라 그걸 다 바치기란 어렵다. 목숨은 반대로 한개 뿐이라 아까워 다 바칠 수 없다. 힘은 또 어떤가? 늘 피곤한 이유는 여러가지에 신경을 쓰다 보니 힘을 뺏겨 그렇다. 마지막으로 정신이란 늘 깨어있으라는 말에도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그래서 흩어진 마음과 목숨에 대한 애착, 여러가지로 힘든 삶과 깨어있기 어려운 정신을 다해 사랑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자비를 베푸소서!


6시 반에 아침식사를 한다. 커피, 베이글, 사과 한개. 밤새 세상에서 일어난 이런저런 일들을 읽는다. 7시 10분, 별님이도 밥 먹을 시간이다. 식사 후 가벼운 산책으로 볼 일도 보고 여섯 악동에게 돌아오니 독박육아가 또 시작이다. 별님이 몫이지만 안쓰럽다.


8시 30분, 아침기도 후 아직 온기가 있는 잠자리에 든다.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남자, 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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