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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선생이다

유기견 별님이와 여섯마리 새끼와의 한달살이

딱 한달이다. 별님이가 군위성당에 온지. 그동안 새끼들은 별님이의 지극정성과 놀라운 본능으로 튼튼하게 자랐다. 이제 으르렁거리고 짖으며 싸우기도 한다. 여섯마리 사고뭉치가 되었다.


별님이는 아직도 사람을 두려워하고 거의 짖지 않는다. 작은 소리에 놀라고 차를 무서워하고 다른 개를 피한다. 길거리 생활이 어땠었을지 짐작할만한 부분이다.


별님이와 한달을 살며 신뢰를 쌓는데는 시간이 최고임을 알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밥을 주고 산책을 하고 쓰다듬어 주니 이제 그 시간이 되면 나를 반긴다. 사람사이도 그렇지 않은가? 항상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신뢰하고 사랑하게 되고 나의 소중한 것까지 맡길 수 있다. 그렇게 우리사이가 인간과 개가 아니라 '신부와 별님이'가 되는데 한달이 걸렸다. 


매일 별님이를 못 살게 구는 여섯마리 새끼들을 보고 있으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여섯 마리는 아니지만 세 형제가 어미를 얼마나 힘들게 했겠는가. (나중에 어머니는 한 명이 더 있다고 힘 주어 말하셨다.) 먹고 싸고 마음에 안 들면 우는 자식 새끼들이 하는 일이 별님이 새끼들과 다르지 않다. 어머니는 종종 나와 형제들에게 '이 마한 놈의 자슥들아!(이 망할 놈의 자식들아)'하고 소리치곤 하셨는데 나도 별님이 새끼들에게 그렇게 소리치고 있다. 개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오는 10월 4일 주일이 오면 몇 몇 새끼들을 분양한다. 마침 그날이 성 프란치스코 축일이다. 미국에서는 이날 애완동물 축복식을 한다. 왜냐하면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연을 찬미하며 동물들과도 친교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가 강론하는동안 시끄럽게 지저귀는 참새들에게 '조용히 하라'하고 이야기하자 그 다음부터는 강론을 조용히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별님이 새끼들에게 아비 신부의 축복을 주고 떠나 보내야겠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TV 프로그램을 안다. 여러 종류의 개가 나오고 그 개들이 사람과 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개통령이 나와서 개를 이해하고 적응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훌륭한 개는 훌륭한 사람이 드러나게 한다. 개는 이미 훌륭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온전하게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나무와 소, 고양이처럼. 다만 사람이 자신의 욕심으로 훌륭한 개를 망치고 있다. 그러므로 개와 함께 하는 사람의 역할이란 개가 잘 살 수 있도록 함께 걷는 일이다. 굳이 공생이라는 말을 부치지 않더라도 함께 사는 일, 지 마음대로 변덕 부리지 말고 일상을 충실하게 함께 하는 일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오후에는 별님이에게 간식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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