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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오르려면

이삿짐을 싸며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숨겨 목숨을 구해주자 사슴은 고마운 나뭇꾼에게 소원을 묻는다. 나뭇꾼이 예쁜 색시를 얻고 싶다고 하자 보름날 계곡으로 목욕을 하러 온 선녀의 날개옷을 훔치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와 결혼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한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 나뭇꾼은 그 선녀와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하지만 하늘나라를 늘 그리워하던 선녀에게 나뭇꾼은 자랑삼아 숨겨두었던 날개옷을 보여 준다. 그러자 선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날개옷을 입고 두 아이를 품에 안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군위성당을 떠나며 짐을 싸고 있다. 그런데 짐이 너무 많다. 날개옷을 입는다 해도 짐이 너무 무거워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하늘나라를 그리며 사는 사제에게는 두 아이 이상의 짐은 없어야 한다. 혼자 옮길 수 없는 짐은 버려야 한다.


삼년전 군위성당으로 올 때 가져왔던 짐보다 살림이 더 늘었다. (물론 살도 몇 킬로 늘었다.) 올 때 가져온 것보다 많이 가져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다시 한번은 볼 것 같은 책들, 언젠가는 입을 것 같은 옷들,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 모두가 짐이다. 


누구도 짐을 지기는 원하지 않지만 그 짐을 왜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걸까? 좁은 공간을 물건으로 채우고 왜 스스로를 가둘까? 혹시 모를 불안감, 나중에 없으면 안될 것 같은 걱정이 우리 마음을 채우는 것이 아닌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을 아무 생각없이 사고 쌓아두면 정작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감각을 잃고 소유에 갇힌 존재가 되지 않을까.


'바랑 하나 달랑 메고 어제 온 듯 떠나네.' 

노승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이것이 나에게 필요한가? 왜 나는 이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제대로 사는데 이런 것들이 필요한가?


계속 버리고 나눠주고 줄이면 가벼워진다. 몸도 마음도. 그러고보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갈 것은 하나도 없다. 아름다웠던 기억,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한번씩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이사를 하든 삶의 자리를 바꾸든 자신이 가진 것들을 정리하면서 언제든 부르심에 따라 하늘나라로 오를 수 있을 준비가 필요하다. 두 아이 이상의 짐은 안된다. 혼자 옮기지 못할 짐도 안된다. 자신에게, 적어도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짐을 싸며,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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