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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니 불역낙호(不亦樂乎)아. 먼데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고 기쁘지 아니한가.


설 명절 첫날, 벗이 찾아와 책을 한아름 건네고 갔다.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라 더 깊게 느껴지는 외로움을 아는 듯 벗이 건넨 책은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였다.


시인의 말대로, 많은 사람들이 집사람한테 외롭고, 자식한테 외롭고, 친구들한테 외롭고, 회사 동료들한테 외롭고, 이웃들한테 외로운 것은 그들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매일 먹는 밥처럼, 나뭇가지에 앉는 새처럼, 심지어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


그때 '사람은 때때로 홀로 있을 줄 알아야 한다'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더 깊게 다가온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 그것을 깨달으면 언제나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그래도 설 명절은 덜 외로울 때여서 세뱃돈으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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