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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꽃피는 날

"주님의 오심은 새벽처럼 어김없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비처럼,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시리라"(호세아 6,3).


봄비로 대지가 적셔진 아침, 그분은 오늘 새벽도 어김없이 오신다.

아침미사를 앞두고 호세아 예언서의 말씀을 읽으니 그분께서는 어김없이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오심에는 관심조차 없음을 알고는 화들짝 놀랐다.


벌써 내일이면 사순 제4주일이다.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수업준비와 학생면담에 정신없다는 이유로 나의 사순절은 그렇게 어떤 기도와 자선, 단식도 없이 지나가고 있다. 그 대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학생들 앞에서는 '내가 교수인데'하고 뽐내고 있을 뿐이다.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시는 그분, 봄은 서두르지 않는다. 시나브로 모든 땅을 적시고 조용히 기다릴 줄 안다. 부드럽고 따듯한 마음으로 세상을 덮어준다. 봄은 사랑이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카 18,13).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간 세리는 제단 가까이 나가지도 못하고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해 심지어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자신의 가슴을 얼마나 세게 때렸을까. 그리고 한마디 '죄인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애원할 뿐이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와 같은 사람이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씀하신다. 스스로를 낮추는 이, 자신의 부족과 죄, 한계를 아는 이가 하느님 눈에는 더 소중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나 역시 부서진 영, 부서지고 뉘우치는 마음을, 주님께서 업신여기지 않음을 믿고 힘을 낸다.


"그분께서 우리를 잡아 찢으셨지만 아픈 데를 고쳐 주시고 우리를 치셨지만 싸매 주시리라"(호세아 6,1).




봄 꽃피는 날 (용혜원)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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