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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튼 애비(Downton Abbey)

사랑에 관한 색다른 이야기

나는 '로얄(Royal)'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다. 같은 하느님의 아들 딸인데 어떤 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로얄 패밀리가 되어 온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에서부터 그들이 만들어 내는 로얄 웨딩, 로얄 베이비, 로얄 스캔들까지 세상이 로얄에 열광하는 것에서 될 수 있으면 멀리 위치하고 싶다.(그래서 로얄 젤리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 내가 영화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 2019)'를 보고 마음이 좀 누그러진 것 같다. 


어느날 버킹검 궁에서 다운튼 애비로 '로얄 레터'가 날아든다. 거기에는 조지 5세와 메리 왕비가 다운튼 애비에서 하룻밤을 머물겠다는 소식이 적혀 있다. 조용하던 크롤리 가문과 다운튼 애비의 고용인 모두가 술렁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떤 하녀는 왕과 왕비의 방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크롤리 가문과 대부분의 시종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대단한 영예로 여긴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하는 왕실 수행원들, 요리사, 집사, 하인들까지 그들의 거만한 행동에 다운튼 애비 고용인들은 심한 모욕감까지 느낀다. 마침내 다운튼 애비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기지를 발휘해 왕실 수행원들을 따돌리고 그들이 그렇게 바라던 왕과 왕비를 위한 자신들만의 봉사를 실현시켜낸다.



다운튼 애비는 1920년대 말 영국 왕족과 귀족의 삶 뿐만 아니라 집사, 요리사, 시녀, 시종, 그리고 평민들의 삶까지 즐겁고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 안에는 친척끼리의 유산 다툼, 계층간의 다툼, 같은 계급-왕과 귀족의 시종-간의 다툼, 세대간의 다툼이 있다. 그리고 모두가 예외없이 그 다툼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수많은 갈등을 자연스럽게 펼쳐내고 전개시키고 극적으로 화해시킨다. 그래서 다운튼 애비는 사랑에 관한 영화다. 서로간의 이해와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왕족도 귀족도 서민도 모두 이해받기를 원하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일곱 빛깔 무지개 사랑 이야기다.


그 안에서 눈에 띄는 한 인물이 있는데 톰 브랜슨이다. 그는 세상을 떠난 크롤리 가문의 막내 딸의 사위이면서 아일랜드 사람으로 이방인이지만 크롤리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위해 마음을 다한다. 그는 혈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이기에 누구와도 가깝고 누구에게나 손을 내민다. 그래서 그는 왕의 암살을 막고, 공주의 생각을 바꾸고, 시종과도 사랑에 빠진다. 그는 다운튼 애비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캐릭터들이 열연을 펼치지만 그들을 다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 마지막에 모든 일을 마치고 다운튼 애비를 떠나는 옛 집사 카슨 부부의 말이 여운에 남는다. 


'다운튼 애비가 서 있는 한 크롤리 가문은 계속 될 것이야.' 


'지켜봅시다. 과연 어떻게 될지.'


지금도 다운튼 애비는 그대로 서 있을 것이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로얄 패밀리에 예전처럼 존경과 사랑을 주지 않는다. 왕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조금이라도 특권을 요구하면 뭇매를 맞기 일쑤이다. 변해가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세상을 떠났다. 그도 여느 남자처럼 사랑하는 부인을 두고 때가 되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다운튼 애비를 보며 그의 죽음을 마음 깊이 애도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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