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
곶자왈이란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지형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이다. 곶자왈은 나무, 덩쿨, 암석 등이 생태적으로 안정된 천연림을 일컫는 제주도방언이다.
곶자왈은 제주 숲의 바로미터다. 숲이 얼마나 건강한지는 곶자왈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얼마나 싱싱한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때 곶자왈은 제주 숲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기후변화, 대기오염, 인간의 침입으로 인해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런데 우연히 들른 화순곶자왈에서 제주 숲의 희망을 발견했다.
화순곶자왈은 해안까지 연결되는 유일한 곶자왈로 전망대에 서면 산방산을 거쳐 마라도까지 볼 수 있는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다양한 숲과 식물, 보기 드문 나무를 만날 수 있으며 여름철 밤에는 반딧불이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화순곶자왈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첫 생각은 '이곳은 아직 사람이 많이 다녀가지 않았구나'하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는 길을 걸으며 바로 옆에서 화사한 녹색빛으로 사람을 맞이하는 돌에 붙어 살고 있는 여러 종류의 이끼를 볼 수 있다. 색깔만이 아니라 공기와 냄새, 새 소리도 다르다.
2킬로미터의 기본순환코스는 길지 않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생명은 어마어마하다. 많은 나무와 식물, 새들과 곤충까지 유명한 휴양림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생명을 만나게 된다.
부러진 나무를 하나 보았다. 바람 때문인지, 혹은 다른 나무 때문인지 몰라도 부러진 나무는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의 가지를 키워 자라고 있었다. 힘들어 보이지만 아직 살아있다.
이사야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이사 42,3).
생명의 주인은 무엇 하나 버리지 않고 살도록 해 주신다. 사람도 그와 같아 부러지고 꺼져갈 수는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포기하지 않는 한 살 수 있다.
높은 나무에 걸려 길게 늘어뜨려진 덩쿨을 만났다. '어떻게 덩쿨이 저렇게 높은 가지에 매달려 있을까요?'하고 물으니 예전에 있었던 나무 혹은 덩쿨이 죽을 때 살아남은 덩쿨이 매달려서 그렇게 자란 것이라 한다. 숲의 시간과 나무의 역사를 상상해 보니 마치 죽은 것 같은 모습에서도 생명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곳의 모든 나무와 식물은 살아있다.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며 서로 공존한다. 서로 뒤엉켜 자라는 나무, 부서졌지만 계속 자라는 나무, 어떻게든 나무에 걸쳐 살아가는 덩쿨, 이 모든 존재는 인간에게 생명이란 무엇인지, 더 나아가 희망이 무엇인지 생생히 보여준다.
화순곶자왈은 제주 숲의 희망이자 우리 삶의 희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