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요람에서 무덤까지

성모승천대축일 강론

“사람은 어두운 곳(womb, 자궁)에서 와 어두운 곳(tomb, 무덤)으로 간다. 그 반짝이는 사이를 삶이라 부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반짝이는 삶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 가장 기쁜 순간 가운데 하나는 아기의 출산일 것입니다. 열달을 엄마 뱃속에서 기다리면서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했던 아기를 만나는 일은 부모 뿐만 아니라 가족, 마을 전체의 기쁨이고 축복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날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성모님께서도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태동을 느끼며 기쁨의 찬가를 부르십니다. 성모찬가는 지금도 매일 저녁 성무일도를 바칠 때 온 교회가 구세주 탄생을 기뻐하는 찬미가로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구세주 탄생은 실은 구약에 예언된 이야기입니다. 오늘 요한 묵시록은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해산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크고 붉은 용이 아이를 삼켜 버리려고 지키고 있었지만 여인은 아들을 낳았습니다.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난 것입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 모두도 같은 과정을 겪고 태어났습니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원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지만 여러분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준비하고 허락한 일입니다. 여러분이 태어났을 때 여러분의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했을지 여러분은 잘 모르겠지만 상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부모님은 가장 기쁜 마음을 담아 찬미가를 불렀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축복과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인생은 한마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는 길’입니다. 요람에서 세상에 기쁨을 가져온 우리는 이제 무덤을 향해 갑니다. 인간은 ‘죽음을 향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매일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삶의 끝, 죽음은 도대체 무엇인지, 죽음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참으로 궁금합니다. 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천국은 있는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은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오늘 우리는 찾을 수 있습니다. 성모승천대축일을 지내는 우리는 오늘 하늘에 오르신 분을 기념합니다. 우리와 똑같이 이 세상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뒤 하늘로 불리움 받으신 분을 기억합니다. 성모님은 이 세상 나그넷길에 있는 우리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안을 보증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역시 성모님처럼 충실하게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 죽고 나서 하늘로 불리움 받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맞이하신 것처럼,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성모님, 하느님께서 우리를 맞이해 줄 것입니다.  


성모승천대축일은 가장 기뻤던 생의 첫 순간을 떠올리며, 생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과 그 이후를 생각하며 기도하는 희망과 위로의 날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균형과 중심(中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