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한 사제를 기억하며
오늘 2021년 8월 25일 오전 11시에 이용길 세례자 요한 신부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교구청에서 1년 반을 총대리 신부님으로 모시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늘 편안하게 웃으시면서 나와 직원들을 대해 주셨던 신부님께서는 2014년 2월 교구청에서 은퇴하셨다.
본당이 아니라 교구청에서 은퇴하시는 신부님을 위해 나는 신부님께 어떤 선물을 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신부님께 무슨 선물을 받고 싶으신지 여쭈었다.
신부님께서는 내게 사진을 두 장 주시며, 한장은 크게 확대해서 액자에 넣고 다른 한장은 기념 상본을 만들어주면 참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액자에 넣은 사진은 신부님께서 첫미사를 마치고 신자들로부터 축하를 받을 때 사진이었고, 다른 한장은 계산성당에서 있었던 사제 서품식에서 안수를 받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은퇴 기념 상본에 사제 서품 상본에 넣었던 기도문을 다시 넣어달라고 하셨다. 시작과 마침이 한결 같은 분이셨다.
언제나 부지런하셨던 이용길 신부님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어려운 시기에 1대리구 주교대리 뿐만 아니라 교구 총대리직을 맡아 교구 시노드와 교구 100주년을 준비하며 많은 일을 하셨다.
한번은 신부님께서 1대리구 주교대리이실 때 화단을 정리하고 계셨는데 대리구청 업무를 보러 온 신자가 화단 관리하는 사람으로 잘못 알아보고 눈앞에 대리구장 신부님을 두고 찾았던 적도 있다고 한다. 신부님은 길가다 만날 수 있는 편안한 동네 어른 같으셨다.
은퇴하신 뒤에 신부님은 고령에서 소박한 집을 지어 닭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셨다. 그리고 철마다 한번씩 교구청을 방문하실 때면 직접 수확한 계란이나 농산물을 가져다 주셨다.
오늘 우리는 참 좋은 사제를 잃었다.
한 사제가 세상에서 보여준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산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 신부님의 삶은 헌신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 길이 외롭고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던 것은 신부님의 덕 때문일 것이다.
이제 신부님께서 농부이신 하느님 포도밭에서 늙지 않고 병들지 않는 기쁨을 누리시며 열심히 일하실 모습을 상상해 본다. 신부님께 딱 어울린다.
이용길 신부님, 감사합니다.
이용길 요한 신부님과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기도합니다.
이용길(李 庸 吉) 신부님 이력
1. 출 생 : 1945년 6월 15일 대구 출생
2. 사제서품 : 1973년 6월 29일
3. 약 력
1973. 7. 16. 천주교 계산교회 보좌신부
1974. 5. 20. 천주교 신암교회 보좌신부
1976. 5. 20. 천주교 안강교회 주임신부
1979. 7. 14. 유학(로마)
1983. 8. 31. 교구청 교육국장
1984. 9. 14. 겸)가톨릭문화관장
1985. 10. 1. 겸)천주교 성토마스교회 주임신부
1986. 1. 30. 천주교 산격교회 주임신부
1990. 7. 12. 대구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
1993. 2. 1. 천주교 큰고개교회 주임신부
1994. 9. 6. 교구 사목국장
1995. 7. 4. 교구 비서실장 겸)기획실장
1996. 8. 30. 천주교 성바울로교회 주임신부
겸)성바오로공동사제관장
1999. 12. 3. 가톨릭신문사장
2005. 8. 26. 한국성모의자애수녀회 지도신부
2007. 4. 11. 매일신문사장
2009. 2. 6. 안식년
2009. 9. 4. 1대리구 주교대리
2009. 9. 15. 겸)시노드준비위원회 위원장
2011. 1. 12. 교구 총대리
2014. 2. 7. 원로사제
2021. 8. 25. 선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