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오솔길을 걷다가
수업을 마치고 사제관으로 돌아오는 오솔길에서
가을 바람이 보인다.
햇살을 통해서 보이고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소리를 통해서 보이고
앞에 가는 여학생의 물들인 금발이 날려서 보인다.
영화 <달콤한 인생>이 떠오른다.
어느 맑은 봄날, 제자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입니까? 아니면 바람이 흔들리는 것입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나뭇가지도 바람도 아니다. 흔들리는 것은 네 마음이다."
그렇다.
가을 바람으로 흔들리는 것,
흔들리는 바람에 따라 보이는 것은 내 마음이기도 하다.
가을 바람이 보인다.
날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