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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끝나면 저녁은 치킨이다!

청년 마라토너 99명과의 달리기

사람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 도전 정신이 부족하고 편한 것만 찾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번 학기 <활기찬 몸과 영성> 교양선택 수업을 개설하고 과연 마라톤까지 완주해야 하는 이런 이상한 교양 과목을 누가 신청할까 걱정했지만 2개반 모두 정원 50명을 다 채웠다.


이들과 지금까지 매주 만나서 몸에 대해 공부하고 자신의 몸을 아끼면서 직접 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쉽게 점수 따는 과목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이 바라는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숙연해진다. 왜냐하면 세상이 말하는 청년이 아니라 내가 만난 청년들은 스스로를 인정하고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인데 너무 쉽게 평가 판단되기 때문이다.


매주 3번, 한번에 30분에서 한시간 이상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청년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으로 직접 10킬로미터를 뛰어보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신의 배번호에 다음과 같은 화이팅 문구들을 적었다.

다리 아프니까 청춘이다!
절대 포기 않해!
마라톤 끝나면 저녁은 치킨이다!
후회없이 달리자.
불가능은 없다.
나 스스로를 믿어라.
첫 마라톤 완주까지 파이팅!
죽기 직전에 걷자.
안 죽는다.


얼마나 신선하고 멋진가!


사실 오늘 가장 행복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18년 동안 달리면서 이렇게 많은 청년 달림이들을 얻은 적이 있었던가! 달리는 법을 배우고 묻고 그대로 실천하려 노력하는 이들, 그들이 내뱉은 거친 호흡과 흘린 땀, 때론 찌그러지고 화난 그 멋진 얼굴들이 내 눈 앞에서 2시간 반 넘게 펼쳐진 가장 멋진 날이었다.


만일 누군가를 가르치고 변화시킬 수 있다면,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시작은 만남이리라. 교수는 교탁에서 내려와 학생에게 다가가야 하고,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에게 다가와 손을 잡는 것이 공감과 변화의 첫 걸음일 것이다.


오늘 나는 조산천 길에서 학생들과 진하게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민낯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이제 나는 이들에게 더 가르칠 것이 많지 않다. 곧 나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직접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오늘의 마라톤을 어려울 때 한번쯤 기억하고 힘이 된다면, 적어도 웃음 한번이라도 지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참 잘했어요!" 스티커와 함께 나의 화이팅 문구는 다음과 같다.


마지막으로 이 시간이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보건소장 류 아녜스 수녀님, 교목처 베레나 수녀님, 대구에서 군위에서 달려와 준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을 오늘 함께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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