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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마라톤, 그래도 마라톤!

이웃을 위한 행복한 달리기

한때 유명했던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으로 대기업에 들어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었다.


한번은 회사에서 발생한 문제로 가장 높은 직속 상관이 회사를 떠나야 했는데 선배와 대화하는 가운데 장그래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봤자 바둑, 바둑한판 이기고 지는거 그래봤자 세상에 아무런 영향없는 바둑. 그래도 바둑, 세상과 상관없이 나에겐 전부인 그래도 바둑. 왜 이렇게 처절하게...치열하게 바둑을 두십니까? 바둑일 뿐인데...그래도 바둑이니까. 내 바둑이니까. 내 일이니까. 내게 허락된 세상이니까..."


오늘 20킬로미터를 달리면서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힘들어하는 얼굴, 환히 웃는 얼굴, 진지하게 응원하는 얼굴...그 모든 얼굴들이 하나의 말에 담겨진다.


"그래봤자 마라톤, 그래도 마라톤!"


그래봤자 마라톤, 아무리 뛰어봤자 세상에 아무런 영향없는 마라톤, 그런데도 그렇게 열심히들 뛰고 있네요. 그래도 마라톤, 나의 마라톤. 내게 허락된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오늘 하루는 어느 때보다 찐하게 살았다. 매순간 반가운 얼굴을 만나고 다가서고 웃고, 같이 땀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격려하며 열심히 순간을 보냈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고마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일일이 하나씩 불러보지만 그 이름들을 적지는 않겠다. 그래봤자 하루니까.


그래도 하루,   살았다. 그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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