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부수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제의 기쁨

약학대학 예비자 세례식

2022년 나는 교과목 수업만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또 다른 학생들이 있었으니 약학대학 예비자들이었다.


천주교 신앙에 관심이 있는 약학대생들과 지난 3월부터 매주 1회 교리수업을 하며 같이 공부하고 먹고 마시고 때론 소풍도 다녀왔다. 그들 가운데 다섯명이 오늘 천주교인으로 우리 대학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들은 다음 주에 다른 약대학생 일곱명과 함께 견진성사도 받을 예정이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확실히 다른 일이다. 사제이면서도 특수한 대상의 눈높이에 맞춰 교리수업을 준비하고 지루하지 않게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매주 교리시간은 내겐 기쁨이었다.


종종 학생들에게 약사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떤 약사로 살고 싶은지 묻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천주교 교리와 문화, 역사 그리고 그들 앞에 펼쳐질 신앙인의 삶에 대한 궁금증과 꿈이 많은 친구들, 이들과 함께 한 지난 여정이 참 좋았다.


각자의 사연과 은혜로운 인연으로 교리반에 와서 두손을 모으고 성호경을 긋고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을 외우고 교리와 한국천주교회의 아름다운 역사를 배우며 이들은 훌쩍 성장했다.


어제 찰고 때에 '왜 천주교 신앙을 가지기로 했나요?'하고 묻자 눈물을 쏟는 학생을 보며 은총의 다른 이름은 눈물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 학생들이 새로 태어나 불리게 된 이름을 찬찬히 불러본다...헬레나, 라파엘라, 글라라, 요한, 프란치스카!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타우 십자가를 준비해 세례식 전에 축복하며 걸어주었다.


2학기에 들어서는 모두에게 루카 복음을 필사하도록 했다. 성경을 쓰면서 신앙인으로 평생 살아갈 성구를 정하도록 했는데 그들이 정한 성구를 내 부족한 캘리그라피로 적어 선물했다.


우리 교회의 가장 어린 새내기 신자들이 내게 가져다 준 은총에 기쁜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