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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마지막 말씀

베네딕도 16세 교황님께서 2022년 12월 31일에 세상을 떠나셨다. 숨을 거두시기 전, 그분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Lord, I love you!)."


2005년 4월 19일 베네딕도 16세 교황이 선출되던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나는 미국 클리브랜드 신학교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점심 무렵 새 교황 선출 소식이 TV를 통해서 알려졌다. 과연 누가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을 이어 265대 교황이 될 것인가 모두가 궁금해 하던 그 순간, '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님이 있다)'라는 선언과 함께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타난 사람은 요셉 랏칭거 추기경이었다.


"Oh, No!" 교의신학을 가르치던 우르술라회 교수 수녀님이 걱정스런 탄식을 내쉬면서 방을 나가셨다. 많은 사람들이 베네딕도 16세 교황으로 인해 교회가 다시 보수적으로 돌아갈 것을 걱정했었다.


한편, 2005년 4월 8일 요한바오로 2세 교황 장례식에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이 외쳤던 말 'Santo Subito(바로 성인으로)'는 요한바오로 2세가 어떤 분인지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요한바오로 2세를 '위대한(The Great)' 교황으로 불렀다.


요한바오로 2세 교황님이 돌아가시자 클리브랜드 신문은 1면에 아래 사진과 함께 세 단어를 썼는데 바로 그것이 그분 삶을 요약한다고 할 수 있다.


'Holy(거룩하고), Humble(겸손하고), Human(인간적인)'


St. Pope John Paul II(1920-2005)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은 인기가 별로 없었다.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오랫동안 요한바오로 2세를 보필하면서 가톨릭 교리의 정통성을 지키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교회의 입장을 단호하게 천명해야 했기에 주로 정통 보수라는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신앙, 학문적 깊이와 성품은 많은 이의 존경을 자아냈다. 그분의 첫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는 바로 그분의 신앙과 학문의 깊이를 인간과 세상에 대한 하느님 사랑으로 풀어낸 위대한 회칙이다.


베네딕도 16세 교황님께서는 스스로를 '주님 포도밭의 겸손한 일꾼(a humble worker in the vineyard of the Lord)'이라 부르시며, 사제직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특별히 내게 큰 울림이자 힘으로 다가왔던 말씀이 있었다.


"사제직의 핵심은 예수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The core of the priesthood is being friends of Jesus)."


베네딕도 16세 교황님 덕분에 나는 예수를 친구로 만났고 지금도 그와 함께 걷고 있다.




2013년 2월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은 교황직 사임을 발표하셨다. 가톨릭 교회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우리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오셨다.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을 보면 하느님과 교회, 세상과 인간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베네딕도 16세와 프란치스코의 진솔한 대화와 이해, 용서가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제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을 떠나 보낸다.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마지막까지 조용히 고백하는 사제에게 그분으로부터 사제직을 임명받은 후배 사제로서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Deo Gracias!


Pope Emeritus Benedict XVI(192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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