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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굿바이 캄보디아!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날, 프놈펜에서 좀 떨어진 청아익 제노사이드 센터를 방문했다. 캄보디아 전역에 펼쳐져 있는 300여개의 킬링필드 가운데 가장 큰 곳으로 9,000여개의 유골이 위령탑에 모셔져 있다.


킬링필드는 공산주의 사회를 꿈꾸었던 폴 포트 정권 1975년부터 1979년까지 4년 동안 정권에 반대하는 캄보디아 사람들 200만명을 학살하고 암매장한 곳을 일컫는다.


위령탑 유골


나는 캄보디아에서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에서 두 번 놀랐다. 위대한 인간의 두 모습이 그 안에 담겨 있는 것 같다: 만들고 부수고, 세우고 무너뜨리고, 살리고 죽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빛과 어둠이 말이다.


모든 방문객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침묵 속에 오디오 해설에 따라 청아익을 걸었다. 때론 당혹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놀라운 광경에 분노하고 이해할  없는 슬픔에 다들 힘이 빠져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가운데 하나가 킬링트리인데  나무에 아기들을 쳐서 죽였다고 하니 말을 잃을  밖에 없었다.


킬링트리


잠시 센터의 끝에 있는 호수를 걸었다. 추모의 음악인 '어두운 기억'이 흘러나왔고 갈대숲은 예전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역사란 무엇일까? 고통스런 과거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 한 사람의 미치광이 지도자가 불러온 놀라운 참혹의 현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은 무엇인가?


지난 10일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10살 아이가 수상마을에서 배를 몰고, 12살 소녀가 오토바이를 타는 지구상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나라 캄보디아! 그렇지만 킬링필드에 담긴 한(恨)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알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조용히 위령탑을 한바퀴  후에 연꽃을 바친다. 가장 더러운 물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인간의 참혹한 실상 앞에서연꽃 하나는 잃고 싶지 않은 인간에 대한 마지막 희망이 아닐까.



염화미소(拈華微笑), 부처님께서 연꽃 하나를 들자 제자 마하가섭만이 웃었다는 말이다. 단순한 미소가 아니라 고통을 참고 견딘 자의 미소일 것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밤, 마냥 기쁘고 감사한 것만이 아니라 어둠을 품고 용기를 내어 염화미소를 지어본다.


굿바이,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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