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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적으로 말하자면

운동의 이유

이 글을 읽는 그대를 '이성적 동물' 혹은 '실존적 존재', 아니면 '털없는 원숭이'라고 부르든지 상관없이 당신은 근본적으로 동물이다.


먹고 싸고 자야하는 동물인 인간은 동물적으로 말해 반동물적이다. 그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안고 산다.


내가 아는 한 신부님은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사람은 빛이 있을 때 활동하고 어두워지면 잠을 자야 한다고 믿는 신부님은 해가 빨리 지는 산에서 소임 중인데 TV도 없으니 우리가 봤을 때는 동굴 속에 사는 혈거인(Caveman)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신부님은 항상 에너지가 넘쳐난다.


동물 가운데 과식이나 운동부족으로 아픈 것은 사람과 애완동물 밖에 없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참새를 생각해보자. 100% 살아있다. 참새의 움직임은 경쾌하고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오직 생존과 번식만을 위해 사는 단순한 삶이 충만한 삶일지 모른다.


설 명절에 만난 가족들은 모두 아프다고 한다. 오십견, 허리통증, 지병, 노화에 따른 몸의 쇠퇴를 직접 겪고 있는 가족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같이 밤 늦게까지 폭식을 하고 술을 마시고 오래 앉아 게임을 하고 아침 늦게까지 잤으니 말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D.H.로렌스는 말한다. "당신의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뛰어난 동물이 되라." 


보통 우리는 동물적으로 뛰어난 것을 이성적으로 뛰어난 것에 비해 낮은 수준의 덜 생산적인 것으로 본다. 돈이 되지 않는 당장에 쓸모가 없는 동물성은 옷장에 몇년째 있는 조카의 운전면허증 같이 취급받는다.


'어느날 갑자기 아프기 전'에는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날 갑자기 아프기 전까지 반동물적 생활을 한다. 운동은 단 1분도 안하면서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제때 제대로 먹지 않고 한겨울에도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자지 않는다.


몸이란 충실한 종과 같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적응하고 버텨보지만 더는 안되면 '이제 안되겠습니다'하고는 아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어느날 갑자기 아픈 것이 아니라 버티다 버티다 안된 어깨, 허리, 머리, 심지어는 마음까지도 비명소리를 내는데 이것이 통증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픈 사람, 심지어 병으로 죽는 사람을 만나도 나와는 무관한 일로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계속 건강할 것이라는 기대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운동하지 않고 반동물적으로 살면서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망상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래서 나는 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3회 1시간 달리기를 19년째 하면서 몸에 대해서,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편한 것이 최고'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삶에서 모든 불편을 줄이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숙제이긴 하지만 동물에게는 최선이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위험이 없다면 사람은 안주하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오히려 불편한 것이 사람을 진실로 이끈다. 내 집 앞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는다면, 내 몸이 불편하지 않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안하고 살 것이다.




설 명절 마지막 날은 몸과 마음이 더 무겁다. 연휴동안 불규칙적인 생활, 과식과 과음으로 인한 몸의 불편에 더해 내일 출근을 생각하면 마음마저 힘이 빠진다. 


무거운 몸과 마음은 다시 따듯한 이불로 달짝한 음료로 자신을 위로하고자 한다. 불행이 악순환되는 과정이 이와같다. 좋지 않은데 더 좋지 않은 것을 하면서 결과만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


어깨가 아픈 동생은 수영으로, 허리가 아픈 후배는 헬스로 건강을 되찾았다. 움직이지 않고 약만 먹거나 땜질식 처방으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사람은 동물이기에 동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제때 먹고 제때 자고 제때 움직이는 뛰어난 동물이 되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 없다. 몸이 받쳐주지 않는 성공은 없다. '성공한 사람은 (남을 부러워하는)침이 아니라 땀을 흘린다.'


만일 그대 삶이 편하다면 잠시 멈추고 성찰해봐야 한다. 정말 편하다면 좋지 않은 징조다. 너무 편하다면 위험하다. 


(연휴 마지막날 빈둥거리고 있는 그대에게 미안하지만)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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