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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과 놀이(Play)

나만의 놀이찾기

목과 어깨가 뻐근하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랜 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상체를 숙이고 달리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동료 사제들과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는데 허리가 한동안 아팠다. 쓰지 않던 근육을 쓰거나 허리를 돌리는 것처럼 안하던 동작을 하면 몸에 통증이 온다.


어린이들은 유연하다. 몸이 연체동물처럼 부드러워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을텐데...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이 굳어진다는 것이다. 몸이 뻣뻣해 요가나 필라테스를 통해 몸을 유연하게 만들 필요가 느껴진다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요즘 내가 느끼는 나이듦이다.


나이가 들수록 경계해야 하는 것이 '경직'이다. 먼저 몸이 굳기 때문에 스트레칭과 운동으로 자주 풀어줘야 한다. 몸을 유연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번씩 등산으로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걷는 것도 적당한 스트레스를 뼈에 줘서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몸의 경직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것이 마음의 경직이다. 내가 아는 것, 내가 경험한 것이 다가 아님을 알고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생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몸과 마음의 경직을 피하는 방법은 놀이(play)에 몰입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고 총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얼굴이 땀범벅이 되고 옷이 더러워진 것도 잊고 그냥 계속해서 논다. 몰입이 가져오는 순수한 기쁨을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놀이의 순수함을 잊어버린지 오래다. 대신 게임(game)을 한다. 놀이도 상대방을 이겨야 하고 인간관계도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게임을 한다. 인생이 놀이가 아니라 게임이 되는 순간 우리는 결과에 목을 메고 경쟁하면서 즐거움을 잃어버린다.


언제 마지막으로 아무 걱정없이 놀아보았는가? 


언제 순수한 기쁨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 보았는가?


나에게 달리기는 그래서 목적없는 결과없는 놀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 누구와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뛰는 것이 좋기 때문에 뛴다. 더 뛰면 더 좋기 때문에 더 뛴다.


달리기는 나만의 놀이다. 한번도 뛰고 나서 후회한 적이 없다. 뛰러 나가기 전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 스트레스로 가득차 있어도 달리기만 시작하면 어린이 얼굴이 된다. 


삶 역시 놀이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 시시하고 지루한 일상을 놀이로 만드는 방법은 나만의 놀이를 찾는데 달려 있다. 


온갖 세상 걱정이나 심지어 세상을 구하는 위대한 일도 놀지 못하는 사람이 하면 위험하다. 늘 결과를 걱정하고 긴장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숨쉴 여유나 자랄 수 있는 생명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벌써 봄이다. 밖에서 놀이를 하기에 참 좋은 날씨다. 오랜만에 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산을 오르거나 달리기를 하면 어떨까! 


경직되기 쉬운 몸과 마음을 방치하지 말고 움직이면 좋겠다. 그러면 예수님 말씀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너희가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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