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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유일무이한 수업

19세기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신학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받았다.


"예수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기적에 담긴 종교적이고 영적인 의미를 서술하라."


바이런은 오랫동안 고민한 뒤에 단 한 문장을 적어 냈는데 만점(A+)을 받았다. 


"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물이 그 창조주를 만나 얼굴을 붉혔도다.)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 이것은 모든 선생의 숙제다. 어떤 선생은 학생들을 지식으로 휘어잡으려하고, 어떤 선생은 권력이나 나이로, 어떤 선생은 사랑으로 그렇게 한다.


양보다는 질이, 지식보다는 지혜가, 권위보다는 사랑이 더 나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하겠지만 결국 가르친다는 것은 실제적인 방법론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있었던 우리대학 인성교육원 워크샵에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가르칠 수 있다면 그것은 다른 교수들과 경쟁하는 지성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사제로서 우리가 지닌 감성과 영성을 통해서일 것입니다."


종종 '두시간 수업을 연강으로 하면 적어도 1시간 20분은 해야 하지 않느냐?'하는 말을 우리 안에서도 듣는다. 그것은 선생의 개성과 특성을 무시하고 틀에 가두어 획일화하려는 시도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AI처럼 어떤 질문이라도 충분히 떠들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깊이와 감성이 아닐까. 많이 가르치는 것보다는 깊게, 그리고 뜨겁게 가르치는 것이 참된 선생의 모습일진데 우리는 자주 본질은 잊고 형식에 치우치곤 한다. 그게 쉬우니까.


벤자민 프랭클린은 말했다.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 


말로 긴 시간 이야기하기 보다는 가장 중요한 것을 보여주고, 가르치기보다는 묻고 대화하고, 무엇보다 몸과 마음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수업은 유일무이한(one of a kind) 가르침이 될 것이고,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개학 2주차 금요일 오후, 생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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