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부수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랑만이 영원하리!

영화 <레미제라블>을 다시 보고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듣는다. 누구나 들을 수 있고 부를 수 있지만 그 뜻을 아는 사람,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03년 미국 클리블랜드로 유학을 가 신학생 단체 관람으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처음 보았다. 단돈 $8을 내고 Playhouse Square(한때 뉴욕 브로드웨이 다음으로 크고 화려한)의 가장 뒷자리에 앉았지만 그 충격과 감동은 잊을 수 없었다.


그 후 브로드웨이에서, 미국 여러 지역에서, 한국에서도 다시 보았던 레미제라블을 며칠 전 2012년 개봉한 영화 <레미제라블>로 다시 만났다. 


영화 장면 하나하나가 뮤지컬 원작을 충실하게 지키면서도 영화만이 가진 극적인 전개, 무엇보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이 모두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이십년 전의 충격과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장발장은 완벽한 인간이 아니었다. 조카를 먹일 빵을 훔쳐 19년을 감옥에서 지내면서 인간성마저 상실한 그가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준 주교의 물건을 훔치고 달아나 붙잡혔음에도 주교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용서와 신뢰에 있었다.


새로운 삶을 선택한 장발장은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과 번민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했다. 


의무와 신념으로 가득 찬 자베르, 그저 코제트를 위해 살아남기 원했던 팡틴, 이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했던 젊은이들과 그 가운데 코제트와 사랑에 빠진 마리우스, 그를 바라보고 홀로 사랑했던 에포닌, 이들은 모두 사랑의 수많은 모습을 보여준다.


수잔 보일(Susan Boyle)이 다시 불러 그 느낌이 더 살아났던 "I dreamed a dream"을 다시 들으면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의 사랑, 연인의 사랑, 자신의 의무와 신념에 대한 사랑, 이상에 대한 사랑, 짝사랑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사랑없이 살 수 없다. 레미제라블은 어느 사랑 하나에도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고 아름답게 그 모습을 진실하게 담고 있어 명작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시대의 노래이자 나의 노래인 레미제라블은 지난 이십년동안 나의 삶에서 장발장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던 "Who am I?"를 묻게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결정을 무슨 이유로 하는가,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


풋내기 젊은이가 꾸던 꿈은 이제 성숙한 사랑이 되었는가? 


때가 되면 주님께서 내게 오시겠지. 그분은 나에게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내 손을 잡고 웃으시겠지. 그때 나는 똑똑이 보게 될 것이다. 주님께서 내게 베푸신 사랑의 아름다운 무지개를.


그것은 모든 사랑은 하느님 사랑에서 비롯되었고, 우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만나게 되는 사랑이다.


장발장은 죽음을 앞두고 노래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To love another person is to see the face of God)."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